성폭력상담소, 97년 성폭력 피해 통계 발표
우리사회에서 성폭력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최영애)는 '97년도 성폭력피해 상담현황'을 발표하며 "96년 2천1백38건에 비해 97년엔 총 2천2백95건의 성폭력피해사례가 접수되었고, 이중 71.8%의 상담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96년과 비교해 오히려 6.9% 증가한 수치이다.
구체적인 피해상담은 1천6백47건으로 접수되었는데 이중 강간 8백83건(53.6%), 강간미수 65건(3.9%), 성추행 6백99건(42.5%)으로 나타났으며,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1천1백61건(71.4%)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93년 12월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고, 지난해 7월31일 법이 다시 보완된 것에 비춰 다소 의아한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상담소측은 "성폭력특별법이 여전히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본인이 직접 피해상황을 고소고발할때만 처벌가능) 규정을 두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개정된 법률은 친고죄 제외대상을 13세미만의 미성년자로만 한정하고 있다. 더불어 상담소측은 "현재 '정조를 어지럽힌 죄'로 정의된 성폭력의 의미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죄'로 재규정되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피해자가 재판과정에서 또다시 인권침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한 지적이다.
또한 상담소측은 성폭력이 계속 증가하는 원인으로 "그동안 뿌리깊이 존재해온 남성우월주의적 사고방식"을 지적하며,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의식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91년 4월 개소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93년 12월부터 위기센터를 운영하며 24시간 상담을 실시하고 있고, 지난해 6월부터는 컴퓨터를 통한 상담도 받고 있다. 또한 성폭력피해자를 가해자와 분리하여 개별·집단상담등에 참여하게 하고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게 하기위한 '열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35명이 '열림터'에 입소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