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범죄자인 전두환·노태우 씨 등이 이미 풀려난 데 반해, 5·6공 인권피해자들 대부분은 이번 3·13사면조치를 통해서도 풀려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가협 집계에 따르면, 5·6공 때 구속돼 지난 13일 현재 수감중인 양심수는 구미유학생 사건의 김성만(85년 구속) 씨 등 총 47명, 특히 폭압 정치가 극에 달했던 전두환 정권 때의 구속자만도 26명에 달한다. 그러나 5·6공 양심수 가운데 이번 사면조치로 석방된 사람은 서경원 전 의원과 김병주(재일동포 사건), 손유형(재일동포 사건) 씨 등 단 3명에 불과했으며, 석달윤(18년 구금, 형기 87% 복역) 김장호(16년, 76% 복역) 이상철(15년, 84% 복역) 함주명(15년, 75% 복역)씨 등 5공 정권의 고문피해자로서 만기가 얼마 안 남은 양심수들마저 사면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3·13 석방자 기자회견 가져
이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3·13 사면조치와 관련, 서경원 씨 등 13일 풀려난 석방자들은 16일 오전 10시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백여 양심수 전원의 석방과 전면적인 사면복권, 수배해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석방자들은 "40년간 구금중인 우용각(70)씨를 비롯한 장기수 17명을 여전히 석방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비인도적 처사이며, 유엔인권위가 석방을 촉구한 김성만, 황대권, 안재구, 류락진, 정화려, 박래군 씨 등이 제외된 것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면할 길이 없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또 △황석영(형기의 82% 복역), 서경원(88%), 박창희(83%), 김희영(만기 4일전) 씨등 만기를 거의 다 채운 일부만을 석방하면서도 박화국(만기 9일전), 안윤정(97.6% 복역) 씨등 형기의 2/3를 복역하고도 풀려나지 못한 양심수가 50여명에 달하는 점 △70세가 넘은 비전향장기수와 범민련 사건 고령자등에 대해 잔형면제가 아닌 형집행정지를 내리고, 황석영, 손유형, 유정식 씨 등 3명은 가석방으로 풀어준 점 △사상전향 거부를 이유로 강용주(구미유학생 사건) 씨를 감형조치에서도 제외한 점 △임수경, 임종석, 현준희 씨 등 공민권을 박탈당한 수만명에 대해 사면복권조치를 내리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면서, "이번 조치는 형평에도 어긋나며 진정한 사면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석방자들은 또 "사면에서 제외된 사람들에 대해 '재범의 우려' '체제전복의 위험성' 운운한 것은 국민정부 역시 과거 군사정권이 주장했던 냉전적 사고를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서, 이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윤용기(73·39년 구금), 최하종(72·36년 구금), 김인수(76·36년 구금), 홍경선(74·31년 구금) 씨 등 비전향장기수 4명과 진관스님(불교인권위 공동의장), 박창희 전 외국어대 교수, 전창일 범민련 의장, 유정식(23년 복역), 백주선(96년 중앙대 학생회장) 씨등 19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엔 사면에서 제외된 박노해 씨의 부인 김진주 씨와 김성만·황대권·강용주·변의숙 씨의 어머니 등도 참석했으며, 박창희 교수는 "같이 생활하던 황대권 씨의 어머니를 보니 면목이 없다"며 흐느껴 좌중을 숙연케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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