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97년 노동법 개악에 저항하며 총파업투쟁을 전개했던 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7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0여개 지역에서 '고용안정과 부당노동행위 척결을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향후 본격적인 가두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정리해고제 도입 이후 강제해고와 부당노동행위가 급증하면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유린되는 상황에 직면하자, 결국 총력투쟁만이 유일한 선택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7일 서울 광화문빌딩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총력투쟁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한편, 4월 이후 지속적인 가두시위를 벌이면서 총파업까지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부당노동행위 대책위원장은 "성명서나 기자회견 등을 통한 몇 마디 말로는 아무도 꿈쩍하지 않는다"며 "결정적인 투쟁으로 집권자와 자본에게 위기의식을 심어줄 때에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파업을 하면 국가부도사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가급적 파업은 피하고 싶지만, 노동자들을 끝까지 거리로 내몬다면 우리는 총파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으며, 정권과 언론이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노동자는 영원히 일개 상품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석 민주노총 비상대책위 집행위원장도 시민들에게 파업의 불가피성을 호소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는 지난 2월 국민들의 충정 어린 걱정을 받아들여 파업을 철회했지만, 이후 한달동안 개혁은 커녕 오히려 하루 1만명씩의 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리는 현실에 직면했을 뿐"이라며 "이젠 진정한 개혁과 일터지키기를 위해 총파업을 조직할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동양엘리베이터 등 파업투쟁 전개
현재 민주노총 소속 몇몇 사업장에선 부당노동행위에 맞선 노동자들의 힘겨운 투쟁이 진행중이다.
지금까지 3천여명이 해고된 언론계에서 가장 부당노동행위가 심각한 곳으로 알려진 세계일보사는 지난 2월 1백6명의 차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일괄사표를 강요한 뒤 20명을 해고했으며, 편집국 기자 53명중 48명을 이미 내보냈다. 또한 세계일보사는 최근 MBC PD수첩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벌언론의 폐해를 지적했다는 이유로 김영호 전 편집국장을 해고해 비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해고자 조정진 씨는 "'국민의 정부'를 표방한 여당은 이같은 사태에 대해 아무 반응이 없다"며 "이제는 목숨을 담보로 싸우는 길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동양엘리베이터에서는 지난해 12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비조합원 2백80여명이 강제해고당하고, 회사가 단체협약의 불이행을 통보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계속됨에 따라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최근 노동부가 기존의 노사정 합의사항조차 무시하는 근로자파견제 시행령을 마련한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조철 관광연맹 위원장은 "노동부가 시행령에서 모든 노동자를 파견근로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노동력의 공급권마저 자본이 독점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이제 총력투쟁을 선언한 노동자들이 '국가부도위기'를 앞세우는 정·재·언론계의 집중포화를 뚫고 총파업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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