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인권포럼, ‘해외입양인 인권’ 토론
'해외입양인'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국회인권포럼(대표 황우여 의원)은 17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입양인 인권과 입양정책'을 주제로 제1회 심포지움을 가졌다.
이날 심포지움에는 어린 나이에 해외로 입양됐다가 성장한 뒤 모국을 찾은 해외입양인들이 직접 참가해, 자신들이 겪은 어려움들을 털어놓았다.
세살 때 네덜란드로 입양된 김현도(26) 씨는 "대부분의 해외입양인들은 외국인도 아니고 교포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아무런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해외동포들을 위해선 특별장학금 프로그램이 있지만, 해외입양인들은 그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한편으론 한국인의 피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어 경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특히 '비자문제'는 해외입양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로 지적됐다. 김현도 씨는 "해외입양인들은 대개 체류기간 연장이 거의 불가능한 여행비자로 들어오기 때문에 3개월마다 해외로 다시 나가야 하며, 한국법이 취업비자에 대해서 너무 엄격하기 때문에 해외입양인들이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입양법을 공부하기 위해 국내에 체류중인 김현도 씨는 "언제 추방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한국정부가 우리를 추방하지 않는 한 남아 있겠다"고 밝혔다.
'비자문제' 가장 고통
네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진인자(27) 씨는 "한국에 돌아와서는 미국에서 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어디에 속하고 누구인지 증명할 해답을 찾지 못했으며, 다시 한번 미국에서와 같이 편견 속에서 살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생활한 2년 동안 내가 바란 것은 한국 사회에서 해외입양아가 무엇인지 헤아려주면서,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것이었다"며, "해외입양아들도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내국인과의 사이에 서로에 대한 존중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입양인 이중국적 인정해야
입양아들의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박인선 해송아동복지연구소 소장은 "입양의 목적이 입양인들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데 있다면, 이들의 '알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또 "입양인들이 쉽게 자신의 뿌리를 찾고, 그들의 잠재력을 발휘하며 살도록 하기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입양기관에서는 △보다 신중하고 깊이 있는 친부모 상담 △더욱 신중한 입양가정 선정 △양부모를 위한 지속적 교육이 필요하며, 정부는 입양인에게 친부모에 관한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됐다. 또한 이미 해외입양된 사람들의 '알 권리'를 지원하기 위해 △입양기관의 '입양후 서비스' 업무 범위를 법제화할 것 △해외입양인들에 대한 이중국적 인정 △정부예산으로 한국방문의 기회 부여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모국 자료의 별도 제작 △해외입양인의 모국 방문시 최소 1년 이상의 비자 발급 △한국에 장기체류를 원하는 입양인들을 위한 방안 강구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