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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실명 위험 외면 수사 강행

경찰, 폭력적인 연행·수사관행 여전


국민의 정부 처음으로 폭력시위가 발생한 노동절 집회에 대한 정부의 강경방침이 떨어진 가운데 경찰의 폭력, 불법수사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지난 5월1일 노동절 집회 중 이훈재씨(고려대, 98학번)는 전경들에 의해 무수히 구타를 당해 온몸에 멍이 들고, 안면과 왼쪽 팔에 심한 상처를 입은 상태로 종로경찰서에 연행되었다. 이씨가 통증을 호소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급격히 시력이 떨어지고 통증이 더욱 심해진 3일에서야, 강북 삼성의료원에서 진찰받는 것을 허용하였다. 진단 결과는 군화발에 무참히 밟힌 왼쪽 눈 주위의 뼈가 함몰되어 당장 정밀 CT 촬영을 받고, 2주 내에 수술에 들어가지 않으면 실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강행 방침에 따라 그는 왼쪽 팔만 기브스한 채, 경찰서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4일 오후 4시40분경,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수 공무집행방해 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이씨 외에도 경찰에 의한 집단 구타와 불법연행의 피해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종묘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던 전국연합의 임세진 부장은 전경들에 의해 집단 구타를 당했다. 두차례에 걸친 구타 도중 다행히 주위 사람들에 의해 구출되어 병원에 실려간 임씨는 결국 머리 두군데를 15바늘이나 꿰매고 온 몸에 피멍이 들어 치료중이다. 서울대 3학년 장진범 씨는 시위 이후 동국대 근처에서 뒷풀이를 하고 있던 중 삐삐를 확인하러 나갔다가 불심검문에 붙잡혀 연행, 5월 4일자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범죄 행위'를 할 수상한 거동도, '흉기'도 없었던 상황에서 어떠한 이유제시도 없이 폭력적으로 연행되었다. 인덕전문대 정택균 씨는 전경이 던진 돌에 얼굴을 맞아 윗입술이 뚫리고, 이빨 세 대가 부러진 데다가, 잇몸과 되통수가 함몰되는 상처를 입고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3일 동안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한편, 5월4일 검찰과 경찰은 지난 1일의 노동절 집회를 불법, 폭력 시위로 규정하고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해 엄단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특히 검찰은 민주노총 지도부 등에 대한 출두요구서를 발부하고, 불응시 검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어서 공안탄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에 대해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상임의장 이창복)은 성명서를 발표, "5.1절 행사의 우발적 충돌을 의도된 폭력시위로 몰아가려는 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또, "그날의 충돌이 대량실업 사태와 경제위기의 파장이 노사정 합의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으로 노동계에 전가되고 있는 데에 근본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