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심리적 위압감 시달려
최근 서울의 한 외국계 은행에서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습을 CCTV로 촬영하기 시작해, 인권침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을지로2가 내외빌딩 13층에 위치한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지난 4월말부터 사무실 내에 고성능 CCTV를 설치해 24시간 직원들의 모습을 촬영·녹화하고 있다. 이 CCTV는 직원 70-80명의 모습을 한꺼번에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특정 개인의 모습을 확대해 볼 수 있는 기능도 갖고 있다. 더구나 CCTV의 모니터가 인사부장실에 설치되어 있어 직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이와 관련, 장인경 인사부장은 "서류나 컴퓨터를 분실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CCTV가 설치된 것 같다"며 "총무과에는 모니터를 설치하기가 어려워 인사과에 설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병문 과장은 "회사측에서는 '보안용'으로 설치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보안업무는 총무과에서 담당하는 것"이라며 "인사부장실에 모니터를 설치한 것은 명백히 직원을 감시하고 정신적인 강제근로를 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과장은 또 "직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회사측은 5월초에 객장에도 CCTV를 하나 더 설치해 직원감시용이라는 비난을 피해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직원들은 CCTV 설치로 인해 심리적 위압감 뿐 아니라 감시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직원 남궁선옥 씨는 "모니터가 항상 나를 찍고 있다는 생각에 인간적인 모욕감을 느끼며, 심지어 동료직원과 농담을 나누는 순간에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감시당한 결과가 인사고과에 반영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직원들이 심리적 위압감 속에 생활하고 있다"며 "이는 회사가 직원 스스로 각자를 통제하도록 만드는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노조원들은 근무시간에 티셔츠와 청바지를 통일해 입는 방식으로 회사측에 무언의 항의를 벌이고 있지만, 회사측은 직원들의 반발에 아랑곳없이 CCTV를 계속 가동시킬 방침이다.
박병문 과장은 "CCTV 설치 뿐만아니라, 매튜 웨이크 지점장의 전횡이 계속되고 있지만 노조에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점장이 모든 걸 법에 의해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국내 최대의 법률회사가 회사측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풀어나갈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한편, 노동부 중부지방사무소측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CCTV 설치 문제와 관련, "시설물 사용권이 경영자측에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