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카메라 노동감시 악용소지
병원 경영진이 폐쇄회로TV(CCTV)를 무더기로 병동에 설치한데 대해 환자와 가족의 사생활 침해와 직원 감시를 이유로 노조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대구 신암동에 위치한 베네딕뜨 수녀원 소속의 파티마 병원은 병원건물을 증․개축해 지난 15일 축성식을 가졌다.
파티마 병원 노조가 지상 10층, 지하 3층으로 이루어진 신병동의 복도와 접수창구, 식당 출입구 등에 총 33개의 CCTV 카메라가 설치된 것을 확인한 것은 이즈음. 이에 노조는 단체교섭기간인 지난 21일, CCTV 감시 문제를 제기했으나 병원 경영진은 환자보호와 도난감시를 이유로 노조의 제거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파티마 병원 노조위원장 장미경(32) 씨는 "CCTV 감시아래서 근무하는 것을 천주교 재단의 병원에서까지 무감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이후 다른 병원 사업장까지 더욱 확산될 수 있다"며, "이 사실을 인권단체와 언론사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정보화사업단, 사회진보를위한민주연대 등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작업장 감시모임은 작업장에 도입되는 정보통신기술이 반노동자적인 감시와 통제 도구로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작업장감시모임의 장여경 씨는 "CCTV가 도입될 때 노조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를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미국의 사례
98년 12월, 뉴욕시민권연합(New York Civil Liberties Union)은 비밀감시카메라가 증가하고 있다며 '당신이 어디에 가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뉴욕의 맨하탄 시내에만 2천3백여개가 넘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이 단체는 공청회를 개최하고 공공감시의 남용을 방지할 규제법안을 마련할 것을 당국에 요구했다.
하지만 뉴욕시는 감시카메라의 설치가 공공의 안전을 강화하고 범죄를 예방하는데 아주 효과적이라며 '공공장소에서 사생활의 권리는 전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카메라 사용에 법원의 명령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카메라가 범죄 예방 도구로서 정당하게 사용된다 할지라도 제약 없는 감시의 확산은 사생활의 자유를 위협한다'며 '익명성을 보장받을 권리와 정부에 의해 감시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비판적 견해가 맞서고 있다.
또한 '우리가 기술을 조종해야지, 기술이 우리를 조종하게끔 해서는 안된다'며 '카메라는 이미 여기 있다. 어떠한 공적 논쟁이나 규제가 없다면 이것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가 질식된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