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노조탄압으로 인한 '불안·우울 반응을 수반한 적응장애'로 산재요양을 해온 청구성심병원 노조원 8명 중 4명이 오는 15일 일터로 복귀한다. 나머지 2명은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해 요양기간을 연장했고, 2명은 분만휴가 등으로 추후 복귀할 예정이다. 8개월간의 요양을 끝내고 돌아가는 이들에게 청구성심병원은 과연 안전한 일터일까? 12일 만난 조합원 이명(30세)씨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업무복귀를 앞둔 심정은 어떠한가?

탄압이 계속되고 있는 현장에 복귀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우울증이 재발하면 영원히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는 다른 조합원들을 생각하면 복귀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탄압을 받았나?

노조탄압이 본격화된 시점은 2001년 경영진이 바뀌면서부터였다. 조합원들만 부서를 이동시켜 뿔뿔이 흩어놓더니 부서장들을 앞세운 탄압이 시작됐다. 병원측은 조합원을 탈퇴시키는 부서장에게는 연봉을 올려주고, 협조하지 않는 부서장은 해고하는 수법으로 '조합원 탄압 경쟁'을 유도했다. 결국 65명에 달했던 조합원은 2003년에 19명이 되었다. 모든 조합원들이 폭언, 왕따, 감시 등 비슷한 탄압을 당했다. 내 경우, 말대꾸했다는 이유로 부서장에 의해 감금당한 채 맞아 전치 3주 진단을 받았었다. 환자, 동료직원들 앞에서 "쓰레기 같은 인간" 등의 폭언을 들어야 했고, 식사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도 일일이 감시당했다.

◎노조탄압 상황에 변화는 없나?

전혀 없다. 산재요양 기간 중에도 남아있던 조합원에 대한 탄압은 계속되었다. 그 결과 2명의 조합원이 불안·우울 등의 증세를 보이고 있어 병원진단을 받을 계획이다. 조합원을 탈퇴시키는 관리자들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도 그대로이고, 노조비방 일색인 신입사원 정신교육도 계속되고 있다. 2001년부터는 아예 친 병원 성향의 직원 인맥을 통해서만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98년 조합원에게 똥물투척을 주도했던 사람을 원장으로 승진시켰다. 업무복귀를 앞두고 재발방지 대책을 묻는 노조의 공문에는 묵묵부답이고 면담조차 거부하고 있다.

◎노동부와 검찰에서의 조치는?

지난해 10월 노동부는 청구병원의 조합원에 대한 폭언, 폭행, 왕따, 감시, 차별 등 부당노동행위와 그 밖의 38가지 위법사항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이제야 검찰 지휘 아래 노동부 추가조사가 실시될 계획이다. 검찰이 늦장을 부리고 있는 동안 병원의 노조 죽이기는 한시도 멈춘 적이 없다. 청구성심병원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자유롭게 보장되기 위해선 악질적인 부당노동행위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업무복귀 후 노조활동의 전망은?

노조는 돈벌이를 최우선시하는 경영에 문제제기를 해왔고, 때문에 탄압을 받았지만 앞으로도 과잉진료비 청구에 대한 문제제기 등 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투쟁을 지역차원에서 벌여나갈 것이다. 그것이 민주노조를 지켜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