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외면받고 최후의 선택
이 땅에서 동성애자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지난 17일 새벽 대학동성애자인권연합(대표 양지용, 대동인)의 회원인 오세인(22세) 씨가 대동인 사무실 계단에서 창문에 목을 메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 씨는 죽기전 "난 모든이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모두들 잘있어"라고 써놓은 짤막한 유서만을 남긴채 세상을 떠났다.
그는 평소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이었다고 한다. 대동인 회원들은 오 씨에 대해 "사무실에 자주 나와 열심히 활동하고 취미로 사진도 찍는 등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활동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과는 다르게 어느 동성애자나 마찬가지로 가정문제가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동인 홍보국장 정민수 씨는 "오 씨는 이전에 가족 중 아버지를 제외한 어머니, 형, 누나에게 동성애자임을 밝혔다"고 말하고 "하지만 그 사실이 엄격한 아버지에게 알려져 3월경 집을 나올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대동인에 따르면 오 씨는 4월달에도 같은 장소에서 자살을 시도하다 계단에서 굴러 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동인은 "오 씨와 가까이 살면서 그에게 큰 힘이 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매우 부끄럽다"며 "심지어 가정에서조차 외면당하고 천대받았던 그가 택할 수 있었던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던 것에 애도하고 분노한다"고 말했다. 대동인은 또 "이번 일을 단순한 동성애자의 죽음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모든 것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억압받는 현실의 문제로 인식하고 싸워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