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회의, 오는 17일 협약안 채택
상설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을 위한 외교회의가 세계 1백여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15일부터 이번달 17일까지 로마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회의는 ICC의 설립 근거를 마련하는 다자간 협약의 초안을 검토,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재 협약의 내용을 둘러싸고 회원국 사이의 첨예한 의견대립이 벌어지고 있어, 협약이 어떠한 형태로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ICC의 설립에 반대하는 국가는 없지만, 협약의 내용 가운데 △재판관할권 △재판대상 범죄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해서 아직까지 논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논쟁의 핵심은 ICC의 독립성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에 있는데, 협약 초안은 “재판소가 안보리가 다루는 문제에 절대로 관여해서는 안되며, 안보리나 당사국의 동의를 얻었을 때만 ICC검사가 조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재판소의 독립성이 크게 위협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캐나다, 독일, 남아공 등 50여개국은 ICC의 독립적인 조사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상임이사국들은 안보리가 △기소여부 △조사착수 시점 △조사중지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앰네스티는 “ICC의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독자적인 조사권을 확보해야만 한다”며, 미국을 비롯한 상임이사국들의 태도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ICC는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의 처벌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2차대전 이후 캄보디아나 르완다 등 세계 각지에서 계속된 엄청난 학살과 반인륜적 범죄를 경험하면서 그 필요성이 인정되어 설립을 앞두고 있는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