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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유리벽 너머의 아빠

두돌박이 산하의 구치소 나들이


생후 22개월된 꼬마 산하는 10일 영등포 구치소로 나들이를 갔다.

지난달 24일 진보민청(진보민중청년연합) 사건으로 연행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아빠 정종권 씨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던지, 산하는 어느덧 아빠 만나러 온 걸 잊고 뛰어논다. 자꾸 비 고인 웅덩이로 뛰어갈 때면 같이 온 고모가 애를 태운다. 지난달 2일 안양민주화운동청년연합 사건으로 엄마 정경희 씨가 구속된 데 이어 아빠마저 갇히게 되자 산하는 고모 정미숙 씨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평소엔 아빠, 엄마 찾지 않고 잘 노는 산하가 뭔가 성에 차지 않을 땐 지체없이 “엄마!!!”를 부르며 운단다. 물론 엄마를 불러도 돌아오는 메아리는 없다.

면회 접수를 한 지 한시간 반이 지나 겨우 접견실 앞에 앉았다. “아빠”라는 단어가 아직 어설픈 산하는 손가락으로 접견실을 가리키며 “엄마, 엄마․․”라고 말한다. 잘 뛰어 놀던 산하도 꽉 닫힌 접견실 문 앞에 앉으니 좀 겁이 나는 모양이다. 지난 토요일 수원구치소로 엄마를 만나러 갔을 때도 이와 같은 문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 기억 때문에 엄마를 부르는지도 모른다.

드디어 접견실 문이 열리고, 아빠 정종권 씨의 활짝 웃음 띤 얼굴이 보인다. 하지만 아빠 품을 향해 뛰어들 기세로 반가와 하는 산하를 유리벽이 가로막는다. 아빠는 고모에게 “산하 약 먹였냐?”고 묻기부터 한다. 그 또래 보통 아이들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산하가 걱정돼서다. 면회시간은 어느새 끝났다. 한참만에 만나는 아빠랑의 짧은 면회시간에도 접견실의 볼펜과 메모지를 만지작거리며 장난치던 아이는 접견실을 나오고 나서야 “아빠빠빠․․”를 부른다. 아빠랑 그렇게 금방 헤어져야 한다는 걸 몰랐을 게다.

아빠마저 잡혀가던 날, 엄마가 청구한 구속적부심사는 기각됐다. 두돌도 안된 아이를 홀로 둘 수 없다는 엄마의 작은 소망이 꺾인 것이다. 엄마, 아빠를 둘다 구속시키는 유례없이 가혹한 처사를 욕해본들 소용이 없었다. 지금 엄마 정경희 씨는 보석을 신청해놓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산하가 얼마나 더 많은 밤을 엄마, 아빠 없는 방에서 잠을 자야 하는지 아무도 알 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