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등 인권단체, 1차 조사결과 발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양지마을의 인권유린행위에 대해 사법적 대응이 준비되고 있다.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 인권운동사랑방은 양지마을 인권침해 실태와 사법적 대응방침에 대한「양지마을 퇴소자 및 인권3단체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양지마을 인권침해사태 해결을 위한 변호인단」의 이덕우 변호사는 “양지마을에서 행해졌던 강제노동과 착취는 현대판 노예제로서 가장 악랄한 비인도적, 반인륜적 범죄”라며 사법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지마을과 송현원에서 퇴소한 24명에 대한 면접조사를 통해 법률적 검토를 마친 변호인단은 피해자들이 최단 4개월에서 최장 9년 7개월까지 강제 구금생활을 했고 퇴소를 희망했던 상당수의 입소자들도 ‘독방’에 감금되어 극한적인 학대를 당했던 점은 특수감금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재단이사장과 시설장 등이 원생들을 각종 작업에 투입해 강제노역을 시키고, 그 과정에서 상습적인 폭행과 상해, 강요, 협박 등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를 가한 것은 형법상 특수강도, 특수강도치상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국가보조금을 횡령하고 건축비 등의 명목으로 담당공무원을 속여 국고를 착복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조사활동을 벌여 고소,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사회복지사업법은 물론 관련법규 어디에도 “부랑인”에 대한 명확한 개념규정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법률에 의거하지 않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부랑인 수용시설들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 대표는 기자회견을 서둘러 마련한 것에 대해 “규모가 큰 복지시설이라 전모를 밝히는데 많은 시간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양지마을에서 현재 진상은폐 및 축소기도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오늘 기자회견은 양지마을 인권유린행위에 대한 1차 경과보고일 뿐이며, 앞으로 계속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1일 갑작스런 귀가조치로 퇴소한 문병기 씨는 “사람들이 희망에 차 있으면서도 흔히 그렇듯이 그냥 이대로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 때문에 불안에 잠겨있다”고 16일 현장조사단의 방문 이후 양지마을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이성재 의원(국민회의)은 “끝까지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며 퇴소자들을 안심시켰다.
인권침해 실태보고에 이어 마련된 퇴소자들의 호소 시간에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구타, 강제노역 등 인권유린을 당한 원생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졌고,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한편 사석에서 한 퇴소자는 “사회에 나오게 되어 우선은 좋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무척 막막하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와 관련,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사무국장은 “워낙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오래 갇혀 살아온 사람들이라 과연 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면서, “사회의 따뜻한 시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