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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집> 육지 위의 노예선 ‘양지마을’ ④

“그들도 인간이다”


부랑인시설 ‘양지마을’의 엄청난 인권유린 실상이 드러났다. 강제납치와 불법감금, 폭행과 가혹행위, 이름뿐인 입․퇴소심사에서부터, 강제노역과 강제투약(멀쩡한 사람에게 정신과 치료약 투약)에 이르기까지 양지마을에서는 총체적인 인권말살 행위가 자행되어 왔다고 원생들은 입을 모았다.

하루 최소 8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면서도 그 대가가 고작 한달에 8천원에서 1만3천원에 불과했던 이유, 원생들이 양지마을 내 각종 공사를 도맡아 하고도 아무런 노동의 대가를 지불받지 못한 사실 등, 양지마을측의 노임착취와 국고지원금 착복 의혹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시설에 반항했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원생에게 정신과 치료약을 먹였다는 증언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1급 목공이었다는 허길선 씨는 노래방기기를 부순 사건 이후 수년간 정신치료제를 먹어야 했고, 이에 대해 다른 동료들은 그가 “‘바보가 다 됐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검찰과 보건복지부가 양지마을에 대한 ‘칼자루’를 뽑아들기로 함에 따라, 양지마을의 인권실상은 좀 더 자세히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강제노역과 임금착취, 강제투약과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각종 작업관련 서류와 처방전 등에 대한 수사를 통해 그 실상을 충분히 밝혀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양지마을 사태가 부랑인시설의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겠냐는 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87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사회는 경악 속에 부랑인시설의 인권문제에 대해 수선을 떨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97년 장항 수심원에서 인권말살의 현장이 목격됐고, 이번에 또다시 양지마을의 실상이 드러나고 말았다. 양지마을의 경우는 ‘형제복지원의 복사판’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왜 똑같은 문제가 10년이 지나도록 잔존하고 있는가? 이와 관련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도․감독 부재니, 시설과 관청간의 유착이니 하는 문제점 등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10년 전에도 구설에 올랐던 노재중 씨가 여전히 양지마을 이사장의 위치에 서서 무법지대의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는 배경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앞서의 ‘회의적인’ 시각은 “부랑인시설의 문제가 사회적 인식의 변화없이는 사라지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서 비롯된다.

「은평의 마을」의 김규한 원장은 부랑인에 대해 “단지 무능력화된 우리의 이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단속’이란 말도 잘못됐으며, ‘보호’란 말이 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정원오 교수(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도 “부랑인에 대한 인간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패배자’들에 대한 포용과 보호의 시각없이 ‘더럽고 혐오스런 자’들을 사회적으로 ‘격리’시키고 싶어하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한, 계속 제2, 제3의 양지마을을 목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집>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