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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이 더욱 절실한 그 곳'

인권단체, 조건부 시설내 인권유린 진정·고발

조건부신고복지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생활자들의 인권침해를 바로잡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 시작됐다.

16일 조건부신고복지시설생활자인권확보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준)(아래 대책위)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건부 시설 내 인권유린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정책권고를 요구하는 진정을 낸다고 발표했다. 또한 성실정양원과 은혜기도원의 책임자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정부의 '미신고 복지시설 관리종합대책 추진 지침'(아래 조건부신고 지침)이 현행 정신보건법에 위반된다며 조건부시설 등록에서 정신요양시설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사회복지시설을 양성화하겠다며 내 놓은 '조건부신고 지침'은 미인가 사회복지시설이 2005년 7월까지 법정 신고요건을 갖추는 것을 조건으로, 신고시설의 기준 완화와 정부지원의 확대로 미신고시설의 신고시설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보건법 제10조에 따르면 정신요양시설은 일반적으로 신고제로 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과 다르게 허가제로 운영하도록 되어있다.

대책위 공동변호인단 김칠준 변호사는 "조건부신고 지침에 따라 정신요양시설조차 신고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무허가 정신요양시설이 정신질환자들을 불법적으로 수용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것을 정부에서 묵인·방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대책위는 조건부시설 등록 대상에서 정신요양시설을 제외해 엄격히 허가제로 운영하고, 입소절차와 생활에 대해 국가가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도록 인권위의 정책권고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지난해 9월부터 충남 '은혜사랑의집'과 경기도 '성실정양원'을 2차례씩 방문조사하여 그곳에서 자행되는 여러 인권침해를 조사한 바 있다. 그 중 △보호실에 감금한 채 3일내지 7일간 강제로 금식 △원하지 않는 예배 강요 △강제노역에 동원 △향정신성 약물 강제 복용 △적절한 치료 방기 등 현행법을 어기면서 인권을 침해한 사실을 확인하여 검찰 고발에 이르게 됐다. 특히, 가족면회 시에 면회내용을 기록하거나, 전화사용도 관리자 감시 하에 이루어지는 등 생활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감시·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신·면회의 자유 제한은 의료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가능하다는 정신보건법 제45조에 위반된다. 대책위는 조사 당시 한 생활자가 "면회를 와도 말을 자유롭게 할 수가 없다. 옆에서 다 적기 때문이다.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좋은 말만 한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또한 대책위는 정신요양시설 수용자의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대전의 정신과 전문의 김모씨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김정하 활동가는 "정부가 민간단체와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성실정양원과 은혜사랑의집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문제 시설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하고 시설폐쇄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책위는 추후 국가와 시설장을 상대로 시설생활자들이 그동안 받은 비인간적 처우와 국가의 책임방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