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서약제 철폐를 요구하며 지난 9월 24일부터 명동성당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정선(26/96년 서총련 조통위원장) 씨와 김태환(27/97년 서총련 집행위원장) 씨에 대해 정부가 ‘농성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계속 가하고 있다<본지 9월 26일자 참조>.
지난 8 15 사면때 준법서약서를 쓰고 출소한 두사람은 그동안 신념을 배신했다는 자책감과 이로 인한 삶의 의지 상실로 괴로워하다 재수감의 위험을 무릅쓰고 농성에 돌입했다. 준법서약서를 쓰고 나온 양심수 가운데 스스로의 서약을 전면 거부하고 농성에 돌입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법무부는 이들의 농성으로 인해 다른 준법서약자들도 준법서약서 철폐활동에 동참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농성을 조기 철회시키기 위한 압력을 다각도로 행사하고 있다.
가석방으로 나와 잔여형기가 6개월 남아있는 김태환 씨는 “매일 ‘농성을 정리하지 않으면 추석전에 재수감시킬 것’이라는 경찰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1일 오전에도 경찰이 경고장을 들고 농성천막을 찾아왔지만 김 씨는 경고장 수령을 거부했다.
이외에도 경찰은 두사람의 집은 물론 부모가 근무하는 사무실과 동네로 전화를 걸거나 찾아가서 “이들이 수상한 일을 진행시키고 있으며 이번에 들어가면 40년은 갇혀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용히 있으면 학교에도 다시 복적시켜 주겠다”는 등의 협박과 회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농성장소인 명동성당측도 “나갈 수 있는 명분을 줄테니 성당을 나가라. 그렇게 한다면 도와주겠다”고 말해 이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렇듯 재수감될 수도 있는 부담 속에서 김태환 씨는 농성을 진행중이지만, 정부당국의 협박과 압력에 대해서는 담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한번 실수를 저지른 이상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해야할 일을 하는 것 뿐”이라며 “만일 이번에 재수감된다면 정신적인 고통을 훌훌 벗고 떳떳하게 다시 나올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농성천막에서 준법서약서 폐지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에게 올 추석은 더욱 외로운 명절이 될 듯하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을 더 시리게 하는 것은 홀로 지내는 명절의 쓸쓸함이나 정부의 압력보다도 자신들로 인해 마음 고생하는 부모님들의 고통이다.
“감옥에 있을 때 올 추석은 부모님과 함께 지낼수 있다는 편지를 보냈었는데...또 이렇게 되버렸네요.” 정선 씨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채 부모님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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