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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사제총포에 언론 집중포화

철거민, 내 얘기도 들어달라


최근 언론은 철거지역인 경기도 수원 권선4지구의 사제 총포 문제를 연일 문제삼고 있다.

경찰은 철거민들에게 무려 120점의 사제 총포를 압수했다고 발표했으며, "무기류 831점 압수(조선일보 19일자)" 보도 등이 잇따랐다.

한편으론 경찰발표와 언론보도가 위화감을 조성해 철거민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사자인 권선4지구 철거민들을 직접 만나 보았다. <편집자>

수원시 권선구 곡반정동에 위치한 권선 4지구는 현대, 삼성, 한솔 등 13개 건설업체가 시공업체로 참여하는 토지구획정리 사업지구로 지정돼 지난 98년 6월부터 철거가 본격화됐다.

지난 2월, 철거민들은 자구책으로 '골리앗'(철탑망루)을 세우고 '영구임대주택 및 임시주거지 보장' 등을 요구하며 정부와 건설업체를 힘겹게 상대해왔다. 이 지루한 철거투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지난 18일 새벽.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과 수원남부경찰서가 적극적으로 수원시와 시공업체, 철거민간의 중재안을 성사시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합의서의 주요 내용은 △ 권선지구 철거민 15세대에 대해 시공업체측이 18평형 영구임대아파트 제공 △입주까지 임시거주지 보장 △물질적․정신적 피해 등 1억6천만원 보상 △경찰서 자진 출두시 철거민들에 대한 탄원 등 7개 항목이었다. 아울러 경찰은 철거민들에 대한 선처를 약속했다.

이에 새벽 4시 경 철거민들은 자진해서 경찰버스에 오르고 시위물품을 자진 반납하는 한편 골리앗을 해체했다. 이러한 '자진 출두 및 무기자진반납'이 '긴급체포와 압수수색성공'으로 둔갑․발표됐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자진 출두․자진반납이었다

본지 기자가 방문한 21일 저녁, 주민들은 수원시 92번 버스종점 뒷편의 부서진 단층 슬라브 건물에 모여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철거민들은 수원남부경찰서 진병민 서장이 강제진압을 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것을 합의서대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기에 수사에 협조했다고 주장했다.

'도시의 게릴라', '군요새식 망루', '인마살상용 전투장비' 등 언론의 위압감을 조성하는 보도에 주민들은 흥분해 있었다.


모든 것이 무기라니

오선영(남․37) 씨는 "주방에서 쓰는 칼을 비롯해 드릴, 망치, 심지어 취사용 석유와 프로판 가스통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무기로 분류하고 있어 사실이 과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TV에서 화력시험을 보인 것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압수물을 가지고 마치 사용한 것처럼 과장한 보도"라 주장했다.

공순옥(여․41) 씨는 "전경버스 3~6대의 병력이 항시 주둔해 있어서 사실 우린 상대가 안됐지만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방어책으로 총포를 마련했다"며 "총 때문에 사람이 다쳤다는 사실은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철거민 박금자 씨는 "경찰은 철거민을 향해 새총을 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을 던졌다. 음식물 반입을 차단하겠다고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인 어린 남매의 가방과 주머니를 뒤지며 몸수색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수원남부경찰서 정보과장은 "철거민들과 합의한 적은 있다"고 수긍하는 반면, "사제총포 문제를 언론이 악용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상부로부터 사전에 왜 파악 못했냐고 우리도 문책을 당했다. 경찰서에 압수물품이 보관되어 있는데 몇 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