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 출범
"기계에 손가락이 짤린 여공에게 사업주는 '옷을 갈아입고 와야만 병원에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작업복을 입고 병원에 가면 산재사실이 알려진다는 이유였지요. 피를 흘리며 옷을 갈아입는 여공을 보며 생각했어요. 우리에게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이하 여성노조) 출범을 하루 앞두고 충북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윤태영 씨는 노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그때'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은 5인 미만 고용의 영세사업장에 고용되어 있거나 계약직․임시직 등에 매여 있습니다.
사측의 부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받거나 침해당한 권리를 되찾기 힘든 조건입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참고 지내거나 강제퇴직을 당하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지요."
윤 씨의 말과 같이 IMF이후 더욱 열악해진 여성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여성노동조합 건설의 계기가 됐다.
지난 1월 서울지역여성노동조합(위원장 임미령)을 시작으로 경기남부, 대전, 충북 등 9개 지역에 잇따라 지역여성노조가 건설되었고, 전국적인 여성노조의 결성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여성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민주노총 내에서 여성문제가 비중있게 제기될 것이 기대되며, 현재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거 포함힌 여성노조가 합류함으로써 민주노총의 포괄대상이 확대될 것이다.
또한 최하층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여성노조가 설립됨으로써 여성운동의 지평이 확대․발전되리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이 당면한 문제들이 만만치는 않다. 아직은 초기라 운영이 원만하지 못하고 상당한 재정적 어려움에도 처해있다.
여성노조의 관계자들은 "여성 노동자들이 온전한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모두 함께 싸워야한다"며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을 당부했다.
여성노조는 오는 3일 오후 5시 민주노총회의실에서 공식 출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