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인권 헌신 약속 지켜야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미국 방문시 국제인권옹호연맹으로부터 인권상을 수상한데 이어 이번 방미에서도 ‘자유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유의 메달은 필라델피아협회가 양심의 자유와 빈곤, 억압으로부터의 인권신장에 기여한 지도자나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역대 수상자에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넬슨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등이 포함돼 있다.
4일 자유의 메달을 받은 김 대통령은 “인간의 존엄과 정치적 자유, 경제적 자유, 기본적 생존권 보장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지난해에는 “경제건설을 위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희생하는 것은 권위주의체계에 대한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는 수상소감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수상소감들은 화려한 말 잔치에 그치고 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지난 6월 밝힌 통계에 따르면 학원․노동관련 양심수는 278명. 이 통계는 국가보안법의 남용과 양심수 양산의 현실을 반영한다. 민가협의 남규선 총무는 “김 대통령이 도입한 준법서약제는 수많은 양심수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주장하는 한편 “조폐창 파업유도, 옷 로비 사건 등 해결해야할 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일을 바로잡고 민심을 수습하기 보단 외국의 인권상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의 정성희 대외협력실장은 “메달을 받을 자격이 대통령에게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대통령이 방미 전에 노동계 수배자와 구속자들에 대한 선처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며칠이 지나기도 전에 문성현 금속연맹 위원장을 구속했다. 도대체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이다”라고 질타했다. 사업장마다 대량 정리해고의 단행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실업자로 전락했고 노동관련 수배자는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불법 정리해고를 묵인하는 한편 환란의 주범인 재벌들의 부채 탕감에 나섰다. 또한 조폐창 파업 공작 같은 노동계 탄압을 주도하기까지 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된게 없다. 철거율은 이전 정부에 비해 2~3배 이상 증가했고, 농민들은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이나 야반도주 등 극단적인 방법마저 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어떠한 대책도 수립하고 있지 않아 “이젠 김대중 정부를 향해 총을 들어야 할 때”라는 표현이 전국빈민연합의 양해동 집행위원장에게서 나올 정도다.
한편 김 대통령은 수상소감에서 “수배해제와 양심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여러 인권․사회 단체들은 “국제적 사기꾼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약속만은 꼭 이행돼야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이런 지적으로 볼 때 김 대통령의 인권상 수상과 인권옹호자 대접은 내막을 모르는 국외에서만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