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민원실 담당 검사가 천용택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고소, 고발장 접수를 거부해 물의를 빚고 있다.
15일 오전 11시, 국가정보원의 서울대생 프락치활동 강요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강성석(서울대 체육교육과 4) 씨와 인권실천시민연대의 고상만 인권상담실장은 천 국정원장과 국정원 직원 이양수 씨를 국정원법 위반, 협박죄 등의 혐의로 고소, 고발하기 위해 서울지검 민원실을 방문했다.
고 씨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13개 인권시민단체 대표 명의로 된 고발장을 접수시키려 하자 김 아무개 검사는 고발인으로 명시된 13개 단체 대표들의 인감증명 첨부를 요구했다. 이에 고 씨는 “무수히 많은 고발장을 접수해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김 검사는 “신문도 못 보았냐? 이번에 새로 규정이 생겼다”라며 고 씨의 고발장 접수를 끝내 거부했다. 하는 수 없이 고발장을 돌려 받은 고씨는 이어 고소장을 접수하려 했다.
또다시 김 검사는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강 씨가 제출한 고소장에 혐의사실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 고소장의 접수 거부 이유였다. 강 씨 등은 “변호사가 혐의사실에 따른 위반 법 조항까지 명시해 작성한 소장”이라며 항의했지만 김 검사는 “혐의사실의 기술방식이 틀렸다”며 소장의 재작성을 요구했다.
“내용이 틀린 것도 아니고 검사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서류작성을 요구한다면 누가 도대체 소장을 접수 할 수 있겠느냐. 김 검사의 마음에 들 때까지 소장을 고치라는 소리냐”라며 고 씨 등이 부당함을 지적했지만 김 검사는 “검찰이 나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다”고 주장하며 소장 접수를 거부했다. 결국 강 씨와 고 씨는 법원에까지 간 상태에서 고소장과 고발장을 우편으로 접수시킬 수밖에 없었다.
강 씨의 대리인으로 소장을 작성한 장주영 변호사는 “검사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소장 접수를 거부했는지 모르겠다”며 “소장의 접수 거부는 이해할 수 없는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조광희 변호사는 “고소, 고발장의 경우 사실관계만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기재하면 되는 것이다. 검사의 논리에 기초한다면 일반인들의 경우 고소, 고발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며 검사의 행위를 질타했다.
한편 형사소송법 236조는 ‘고소 또는 취소는 그 대리인으로 하여금 할 수 있다’, 237조는 ‘고소 또는 고발은 서면 또는 구술로써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검사의 소장 접수 거부 행위는 법적 판단이라기보다는 국정원장 고소, 고발건에 대한 정치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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