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이사회(위원장 메디나 퀴로가, 칠레)가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그 존치와 적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지난 22일 제네바 유엔유럽본부에서 67차 회기를 가진 유엔인권이사회 위원들은 한국정부가 96년 제출한 ‘시민․정치적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약칭 자유권조약) 정부보고서’를 심의하고, 김대중 정부 아래서의 인권상황을 전반적으로 검토했다.
이날 회의에서 인권이사회 위원들은 특히 한국의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한국정부 대표가 96년 한총련의 연세대 농성사건에 대한 사진을 배포하며 “국가보안법은 국가전복을 위해 폭력투쟁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위원들은 이러한 설명을 인정하지 않았다. 위원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바뀌었다”고 상기시키며 국가보안법의 존치와 적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 위원은 “국가보안법은 자유권조약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가혹한 법률이며, 그 자체가 한국국민에게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위원들은 국가보안법 사건 중 90%가 7조 위반 사건임을 지적하며 국가보안법 7조의 남용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 대표가 “현 정부 들어 법 적용을 엄격히 해 보안법 사건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위원들은 “국가보안법은 현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한국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상당수의 위원들이 “국가보안법에 의한 구금이 50일까지 가능하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이는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고, 몇 명의 위원은 양심수에 대한 준법서약서 요구가 양심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지문날인도 이해할 수 없는 일”
한편, 인권이사회 위원들은 한국의 영장실질심사제도가 인권규약의 내용을 충실히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모든 구속자들이 즉시 판사 앞에 인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 위원은 “범죄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문날인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된다면 이것은 명백히 인권규약상의 비인도적 처우에 해당한다”며 “한국의 지문날인 제도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정부는 90년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인권조약’(약칭 자유권조약)에 가입했으며, 조약 규정에 따라 5년마다 정기적으로 국내 인권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유엔인권이사회는 보고서 검토를 통해 해당국의 인권상황을 평가한 뒤 인권개선책 등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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