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업계에서 최초로 재능교육노동조합(위원장 손미승)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재능노조조합원 6백70여명은 26일 오전 9시부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근절과 노조탄압 중단 등을 주장하며 서울 종로 혜화동 지점 앞에 모여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출입처를 봉쇄하는 한편 주변에 용역을 배치해 파업 조합원들과의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3일 파업찬반투표를 열어 참가자 3백50명 가운데 86.7%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한 노조원들은 “직원들은 매일 12시간이 넘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으나 회사측은 이들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병원에 입원중인 조합원을 찾아가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등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회사측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불가피하게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8백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출범한 재능노조는 창립초기부터 회사측에 의해 탄압을 받아왔다. 회사는 노조가 출범한지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선출된 노조위원장을 업무 불성실 등의 이유로 해고시켰으며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 또한 노조규정상 조합원으로 인정되는 지소장급의 조합원 자격을 문제삼아 단체교섭을 수 차례 결렬시키기도 했다. 극심한 노조탄압은 결국 매일 12시간에 달하는 노동강도와 맞물려 단체협상의 핵심사안으로 제기됐지만 회사의 불성실한 태도로 협상은 결렬됐고 조합원들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황재덕 재능노조 사무국장은 “회사가 벌써 파업에 참가한 지소장급이상 조합원을 모두 직무정지 시켰으며 이 자리에 대체근로를 시작하는 등 문제해결보다는 할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의 한혁 조직차장은 “학습지 회사 특성상 인건비에서 이윤을 남기지 못하면 부를 축적할 수 없는 구도이기 때문에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적은 임금을 주며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차장은 또 “재능의 파업은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지 업계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내려오는 저임금과 강도 높은 노동에 대한 첫 항거여서 재능 노조의 투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학습지 업계의 노동판도가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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