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노조 인권실태 공동조사 보고 및 토론회 열려
11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는 '발전노조 인권실태 조사보고 및 파업참가자 인권문제 토론회'가 열렸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새사회연대 등 12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발전노조 인권실태 공동조사단'(아래 조사단)은 지난 5월부터 두 달여간 5개 발전처와 본사, 산업자원부를 방문조사 했다.
토론회에서는 발전노조 파업종료 후 회사에 복귀한 조합원에게 가해진 인권침해 현황이 보고됐고, 유사 사례에서 빚어지는 파업참가자의 인권문제에 대한 대응이 집중 논의됐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파업종료 후 인권단체와 노동조합에는 사업장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고가 계속 있어왔다"라며, "조사단은 회사에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객관적 입장에서 밝혀내고자 했다"라고 조사활동의 취지를 밝혔다.
지난 2월 25일부터 38일간 진행된 발전노조의 파업은, 공공서비스의 민영화와 전력산업의 해외매각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라는 점에서, 노동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파업을 끝내고 회사에 복귀한 조합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서약서, 성향분류, 개별감사, 해고, 가압류였다.
이날 발표된 발전노조 '인권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파업참가 조합원에게 서약서를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양심과 신념을 문서로 검증하고자하는 것으로 개인에게 굴욕감과 심리적 자괴감을 주는 명백한 인권침해"다. '준법투쟁을 결코 하지 않겠다'라든가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이의없이 배상하겠다'는 서약서 내용이 바로 그것.
파업종료 이후부터 회사측은 조합원의 성향을 '온건/중간/강성/구제불능' 등 4단계로 분류하고, 회사방침에 따르는지 여부에 따라 A, B, C로 매일 행동기록표를 작성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자유롭게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를 억누르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노조원 개인에게 진행된 개별감사의 문답에는 △파업수첩을 언제, 누구로부터 받았는가? △누구의 권유로 근무지를 이탈했는가? △앞으로도 집회에 참여할 생각인가? △민주노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보고서는 "이 역시 노동자를 심리적으로 위축하고 향후 노동조합 활동에 부담을 갖도록 한다"고 평했다. 이 밖에 △3백18명 해고 △3천1백49명에 대한 2백11억 가압류(6월 24일 4백27명 가압류 해제) △노조 및 노동자들의 회합 방해 △노조 홈페이지 차단 등의 사실도 지적됐다.
토론에 나선 노항래 공공연맹 연대사업국장은 "데이콤 노동조합의 파업이나 농업기반공사노조의 파업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합법적인 파업일지라도 회사로비에서 구호나 노래를 부르고, 회사관계자의 출입이 일시적으로 제한한 것이 업무방해 죄가 되고,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린다"라며, "회사측과 정부는 업무방해, 손해배상, 가압류 등 새로운 형태로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라고 고발했다. 이어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밝혀내야 하는 노동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영국 변호사는 "법원이나 회사측에서는 파업 자체를 범죄시하고 있어 노조가 아무리 합법적으로 파업을 해도 범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파업을 합법으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노동조합, 노동자 대한 회사측의 업무방해와 가압류 형태의 탄압에 맞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규제와 선전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또 정부와 회사가 노동자의 심리적 불안을 이용하는 전술에 대응해 법적 근거를 개발하고 이후 유사사태에서 노동조합과 인권·사회단체 간에 연대할 필요성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