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일본군 성노예 전범(戰犯)'을 법정에 세운다. 오는 4월 28일부터 3일간 이화여대에서 열릴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국제학생법정'(이하 학생법정)이 바로 그것.
"일본군 성노예 문제는 여성 억압의 구조를 다각도로 읽어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피해여성들은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가 착취당했고, 해방된 조국에 돌아와서도 가부장제 순결이데올로기에 의해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 했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여성의 인권과 평화가 실현된 새로운 세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법정 준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영희 씨(서울여대 4년)는 학생법정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한다. 학생법정 준비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일본 대학생들과 함께 '무력갈등과 여성'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 한·일 학생워크샵 등을 거쳐 다음달 열릴 법정을 활발히 준비해 왔다. 성노예문제를 국제법상 범죄행위로 심판함과 동시에 가부장제의 억압을 함께 드러내는 것이 이들의 목표.
"무력갈등 하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우리가 겪는 일상의 폭력과도 연결되어 있죠. 과거문제일 뿐이라는 생각, 민족문제일 뿐이라는 생각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여성을 억압하는 구조를 깰 수 없습니다."
오는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릴 '일본군 성노예 전범 국제법정'이 과거 일본의 범죄행위에 대해 국제법적 책임을 묻는 데 중점을 두는 반면, 학생법정이 피해 여성들이 겪고 있는 현재의 고통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학생법정은 행사 참가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문예행사와 함께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