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인종주의 반대 세계대회 개최
1960년 3월 21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쉐퍼빌이란 지명의 도시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 맞서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던 사람들이 대량 학살되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를 기념하여 3월 21일을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로 지정했다. 그로부터 40년, 인종차별 문제는 해결되었는가? 안타깝게도 답은 부정적이다.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인종차별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오스트리아 극우 정당의 연정 참여는 이러한 추세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국제사회의 비판에 부딪쳐 하이더가 자유당 당수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외국인 혐오주의·신나찌즘은 유럽 전역에서 점점 세를 더해 가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급증한 이주노동자들이 신체적·정신적 차별과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난 2월 스페인 남부 알메리아 지방에서 벌어진 모로코 출신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 사태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같은 신인종주의가 인터넷의 발달을 등에 업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인종 혹은 민족 간의 갈등으로 표면화되는 분쟁도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동티모르, 유고슬라비아 그리고 체첸 등지에서는 하나같이 인종청소가 뒤따랐으며,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서도 서로 다른 인종들 간에 죽고 죽이는 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인종차별 기승
이러한 흐름에 맞서 유엔은 내년 9월 '인종주의,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증 및 불관용에 반대하는 세계대회(이하 세계대회)'를 개최한다. 장소는 인종차별 철폐 투쟁의 성지로 꼽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지난 21일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은 제네바 유엔 회의장에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 토론회를 열고 '세계대회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100여명의 정부 대표, 민간단체들이 참석해 '세계대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토론회에 편지를 보내 "다른 인종이라는 이유로 고용, 교육, 의료 혜택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 죽음의 대열에서까지도 인종차별이 이루어진다. 피비린내 나는 인종 분쟁도 계속되고 있다"며 인종차별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사 등 참석자들은 "이번 세계대회에서는 아름다운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행동계획에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특히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맥두갈 씨는 지난 1월 이탈리아에서 열렸던 전문가회의의 논의 내용을 소개하고, "인종주의의 전파도구가 되고 있는 인터넷을 인권과 관용의 교육장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 등 인종주의에 맞설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