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넘쳐나는 ‘인권’이라는 말 속에서 우리는 무엇에 주목하고 어떤 이야기를 이어가야 할까요. 함께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매주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인권으로 읽는 세상]을 씁니다. 기사 제휴를 통해 프레시안과 비마이너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존중하라는 외침 끝에 재작년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었지만, 일터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소식이 끊이질 않습니다. 일터에서의 사고를 처벌과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산업재해를 단지 보상의 대상으로만 인식할 때, 위험한 일터는 변할 수 없습니다. 산재는 누군가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이 만들어낸 ‘사건’이기에, 우리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한 해 2,400명이 일하다 죽는 나라, 매일 하루에 7명이 퇴근하지 못하는 나라를 바꾸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앞에서 정부의 긴급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의 규모만도 300조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그 중 13조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재정건전성 논란을 불러왔지만, 정작 기업에 지원되는 200조 원 이상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자유로운 경쟁을 외쳐온 자본은 위기 상황마다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자신들의 손해를 사회로 떠넘겨왔습니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신화는 지금도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경제 대책은 일단 기업부터 살리고 보자는 지원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노동과 사회적 가치를 정립하고 확대하는 정책이어야 합니다.
정말로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면,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지난 5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LivesMatter) 운동이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을 규탄하는 운동이자, 동시에 인종적으로 구획되어 나눠진 사회경제적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외침입니다. 시위대는 인종차별이 사회 시스템의 결함이 아니라 시스템 그 자체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성명서는 시스템을 바꿀 의지는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허한 수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말로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불평등한 체제를 바꾸는 움직임에 나서야 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그 시작이 될 것입니다.
소라넷, 웹하드 카르텔, 다크웹, N번방까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디지털 성범죄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분노한 사람들의 움직임은 많은 변화를 만들어왔습니다. ‘N번방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이 개정되었고, 수사 기관과 법원은 디지털 성범죄를 다루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남은 과제도 많습니다. N번방 방지법은 생산-유포-소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으며, 법원은 여전히 가해자의 사정만을 고려한 판결을 내립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 대응 과정에서 피해자의 일상을 바로 세울 책임은 제대로 물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만들어온 변화를 기억하며, 앞으로 만들어나갈 변화를 다짐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