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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과거청산 3법 시행령 똑바로 만들어라


제주4․3특별법 시행령 안에 반발하여 4․3 관련단체들이 농성에 돌입했다. 또한 지난 11일 입법예고된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 시행령(안)이나 현재 정부가 작업중인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시행령 시안에 대해서도 관련단체들이 분노를 키우고 있다 한다.

핸드폰 기종 바뀌는 것만큼 빠른 세태 변화 속에서 굳이 흘러간 '과거'를 다시 직시하려고 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무참히 죽임을 당하고 행방불명되고 고문 받고 옥살이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보존해야 할 '공동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미래에 다시 그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한 우리의 '거울'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된 과거청산 3법은 이런 이유로 정말 소중하다. 유감스럽게도 정치인들의 손을 거쳐 통과된 법안은 매우 미진했다. 그래서 시행령이 그 미진함을 보완해줄 것을 기대한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은 그 방향을 제시해왔다. 보상이 아닌 실질적인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에 중점을 둘 것을 당부했고, 민주화운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사람이 대거 위원회에 들어갈 것, 그리고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내놓은 '작품'들을 보면 보상과 기념사업이나 대충 해치울 공무원들의 작업실을 떠올리게 된다. 진상규명이나 명예회복에 찍혀야 할 방점은 '보상'에 죄다 찍혀있다. 이미 광주보상법에서 드러났듯이 성급하게 보상과 기념사업을 추진할 때 그 역사성은 뒷전에 밀릴 것이 뻔하다. 무엇을 규명해야 하는지가 빠진 상태에서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추모하라는 것인지 무엇에 대한 보상을 하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위원회의 구성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여전히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을 가해자들의 농간을 이미 불러들인 것이나 다름없다. 시행령(안)은 민주화운동과 의문사에 관한 규정에서부터 위원회 위원의 자격과 권한에 이르기까지 모호함으로 도배돼 있다. 참으로 걱정스럽다.

과거청산 3법 시행령은 토씨 하나도 결코 호락호락 넘길 수 없는 과거청산의 청사진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얼렁뚱땅 넘어갈 판이다. 당장 웃음을 거둬들이고 성난 얼굴로 과거를 돌아 봐야 한다. 역사를 똑바로 기억하기 위하여 우리는 똑똑한 시행령 만들기에 온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