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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인권의 도시는 없다


5․18민중항쟁! 독재정권의 심장이 서늘하도록 '피 피 피'를 절규하던 오월의 노래가 벌써 20주년을 맞았다. 어두운 골방에서 참담한 시대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소곤거릴 수 밖에 없었던 광주의 이야기들은 이제 TV와 신문을 도배하기에 이르렀다. 최루탄 연기에 싸이면서 눈물범벅으로 치러야 했던 기념식도 어느새 우리가 감히 참석을 꿈꿀 수 없는 명사님들의 호화판 행사가 되어버렸다.

지금 광주를 세계적인 '인권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사뭇 야단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이런 포부가 과연 진정 광주 민중들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 나온 포부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의 도시'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도, 그리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의심스럽거니와 그것을 권력을 배경으로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만들려는 무모한 기도를 목도하면서 우리는 그런 발상이 5․18의 정신과는 멀고도 먼 것임을 확신한다.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어느 도시를 스포츠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식으로 '인권의 도시'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권, 인권의식, 인권운동은 본디 인간을 억누르는 모든 권력과의 처절한 투쟁 속에서 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 누가 '인권의 도시'를 운운하기 전, 20년 전에도 광주는 '인권의 도시'였다. 그런 광주는 과거의 죄를 손쉽게 씻고 싶은 기득권층과 인권의 이름을 빌어 행세하고 싶은 출세주의자들의 인권놀음으로 말미암아 바야흐로 역설적이게도 '인권의 도시'이기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광주인권상 또한 첫판부터 국제적 사교의 도구로 쓰여지기 시작했음을 우리는 감지한다. 동티모르의 영웅 샤나나 구스마오는 상을 받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상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광주는 구스마오의 국제적 명성에 편승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 옛날 아무런 명성도 욕심도 없이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알려주었던, 그런 손길이 되어 고립무원의 고통을 겪고 있는 '현재의 광주'로 수상자를 찾아 나섰어야 하지 않겠는가?

위선자들아. 거룩한 광주의 이름으로 인권을 팔아먹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