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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독자투고> "에이 그놈의 노비문서, ..."


'노예문서'로 일컬어진 불평등 계약 하에 갖은 불이익을 감수해온 아주레미콘(대표이사 백문기) 운전기사 120여명이 급기야 계약해지까지 당했다.<관련기사 본지 5월 21일자> 그 가족의 호소를 들어본다.<편집자주>


저는 아주레미콘 운송기사로 일하고 있는 한 사람의 아내입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네 식구는 오순도순 별 걱정 없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88년) 어느 날 레미콘 차량을 불하 받아야 하니 돈을 구해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계약금과 취득세, 등록비 등 약 오백만 원을요. 우리에겐 큰 돈 이었습니다. 친지들을 찾아다니고 이자돈을 내었지만 레미콘 차주가 된다는 희망에 마음은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일요일도 없이 노동시간은 늘어갔고 실수입은 늘지 않았습니다. 퇴근하는 남편은 마냥 피곤해 보였고 매달 닥치는 사채 이자날은 왜 그리도 빨리 돌아오는지요? 저는 하는 수 없이 파출부로 나섰습니다.

무언가 울분에 가득 찬 남편은 심사가 뒤틀리면 '에이 그놈의 노비문서, 노비문서'하면서 소주로 울분을 달래곤 하였습니다. 남편이 어느 날 집에 가져와 집어던진 계약서, 남편이 말하는 노비문서를 보고 저는 기겁을 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이런 계약서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며 자문해 보았지만 해결책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천만 원을 물어주어야 하고 저렇게 하면 이천만원을 내야하니 어이없어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아주산업은 1996년 이후 한번도 운반단가를 인상해주지 않았고 IMF위기를 빙자해 모든 물가인상분과 유류비, 차량운전비, 보험료, 제세공과금 등을 100% 운전기사에게 전가했습니다. 그래서 소위 한탕 뛸 때 받는 돈이 2만 2천 원으로 다른 회사와의 차이가 8천 원에서 만원이나 됩니다. 그래도 당장 일자리를 던지고 나오기에는 생계도 힘들었지만 계약 내용이 너무 불리하였습니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 때라 참고 또 참아 왔습니다. 그 사이 회사는 엄청난 이익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회사는 1999년 운전기사 대표들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유류비 인상분 절반만이라도 인상하여 줄 것을 회사측에 요구했다고 하여 주동자 4명을 '불순분자', '빨갱이가 회사 경영질서를 파괴한다'고 이들을 내쫓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더 기막힌 것은 4월 19일 시민단체의 김칠준 변호사님 초청 강연을 들었다 하여 참가자 120명 전원을 계약해지한 일입니다. 회사는 근로자들과 대화를 외면한지 오래이며 회사의 아집과 독선, 회사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심 때문에 운전기사들의 가정 생활은 도탄에 빠져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이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해야할 지 모르고 그저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저희들의 소망이 이루어지질 수 있도록 함께 도와주십시오.

오은자(아주레미콘 운송협의회 강의원 회장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