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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알아서 해결할텐데 왜 정부가 나서서 체포영장 발부하나?"

차수련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만나


지난 5월 31일 보건의료산업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적정인력 확보 등을 내걸고 41개 지부 1만 8천여 명이 참가한 동시 총파업을 벌였다.

다음 날 차수련 위원장을 비롯한 7명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이들은 명동성당에서 두 달이 넘게 체포영장 철회와 직권중재 철폐를 요구하며 농성중이다.

차 위원장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경위를 묻자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의료산업 노조는 정부가 가만히 놔두면 쟁의가 발생해도 잘 해결됐다. 왜 사용자가 고소하지도 않는데 정부가 먼저 나서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가?"


△직권중재 조항 때문에 불법파업이란 낙인이 찍힌 걸로 아는데….

=그 조항은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의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악법이다. 직권중재 조항을 악용하여 곧바로 불법파업이란 낙인이 찍힌다. 공공부문 노동자의 기본권인 파업권을 원천적으로 제약하는 이 조항을 없애야 한다.


△이번 파업의 성과가 있었는가?

=IMF 체제이후 2년간 억눌려 왔던 보건의료 근로자의 요구를 모아 많은 병원지부에서 '인력확보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을 관철시켜냈다. 민주노총 사업장 중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대부분의 경우가 보건의료노조다. 파업과정에서 노조원도 4천여 명이나 늘었다.


△발이 묶여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

=우선은 가족문제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동료들을 만나러 일요일에 가족들이 온다. (차 위원장은 '자신이 가족과 함께 지낸 기간은 2년여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이다가 같이 있던 동료에게 엉뚱한 농담을 던져 눈물을 흘리는 것은 피했다. 왔다 갔다 하던 동료들도 가족 이야기에 고개를 떨구었다)

또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녀야 하는데 물리적 제약이 따르니 아주 어렵다. 인천기독병원 지부에 현안이 있는데도 위원장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각 지부를 돌며 고충을 듣고 사업계획을 구체화해야 하는데….


△의사들이 재폐업한다는데….

=우리들끼리 '머슴과 양반의 차이'라며 웃은 적 있다. 기본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의사들의 단체행동권은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폐업은 의사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99년에 이미 의약분업안에 동의해 놓고 딴소리를 하는 것으로 명분이 전혀 없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벌이는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교수들이 응급실 철수할 때 '인간이길 포기한 집단' 등의 톤으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데 타결됐다고 하더라.


△보건의료노조가 파업할 때도 생명권을 담보로 한다고 하질 않는가?

=우리는 파업할 때 응급, 분만, 수술실의 기본인력을 배치한다. 중환자실은 물론 일반병실도 최소한의 근무인원을 유지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2층에 필요한 인원이 3명인데 비조합원이 1명이라면 자체적으로 근무표를 편성해서 2명의 조합원을 배치한다. 또 응급대기반도 운용한다.

보건의료 노동자는 의사의 지시를 받아서 일을 한다. 지시를 하는 의사가 폐업이라니, 응급실을 지킨다하더라도 말이 안되는 것이다.


△보건의료 노조는 의약분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처음부터 의약분업을 지지했다. 우리국민의 페니실린 내성률이 80%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의약분업이 제대로 안될 경우 국민건강이 피폐화되고 국민부담이 증가한다.

의약분업 실시를 적극 주장해왔지만 우리도 고충이 있다.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병, 의원에서 일하는 1만여 명에 이르는 간호조무사의 일자리가 당장 위협받는다. 그동안 이 문제를 설득하는데도 아주 힘들었다.


△체포영장에 어떻게 대처 할건가?

=다른 동료들은 8․15를 전후하여 어떻게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네 번째 감옥에 가야할 가능성도 있다. 위원장 임기가 막 시작됐는데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조합원이 원하고 보건의료산업 노조위원장으로서 감당해야 할 객관적인 임무가 있는 한 여기서 멈출수는 없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