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기구, 국가보안법, 탈북 난민 등 관심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 씨가 10일 한국을 방문한다. 동티모르, 몽고, 한국 순으로 동아시아를 순방하는 그의 주된 목적은 지금 몽고에서 열리고 있는 동아시아 국회의원들의 국제회의 개막식에 참석하는 데 있으며 한국 방문은 "통상적인 상황점검"이라는 것이 서울에 주재하는 유엔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의 한국 방문은 작년 10월에 이어 두 번째.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숨돌릴 새도 없이 인권단체 대표들과의 간담을 갖는다. 그의 주 관심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설치문제, △국가보안법 개폐문제 그리고 △탈북 난민문제이며 이런 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들과 이미 면담 약속을 잡아놓은 상태이다.
우선 고등판무관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기구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간단체들과 법인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무부와의 갈등의 지점을 정확하게 인식하면서 경색된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보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안법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유엔이 한국정부에 대하여 여러 차례 개정 혹은 (단계적) 폐지를 권고해놓고 있는 상태여서 그가 이번 방문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얼마만큼 강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국가보안법 개폐를 요구하느냐에 인권단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인권 관련 NGO들과의 만남은 한국의 탈북 난민 지원운동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메리 로빈슨 인권고등판무관은 민간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 직후인 10일 저녁에 김정길 법무부장관과 만찬을 겸한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11일 아침에 반기문 외교통상부 차관을 만난 후 바로 출국할 예정이다.
한편 메리 로빈슨 인권고등판무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할 민간단체 대표들 명단은 다음과 같다.
▷국가인권위원회 관련: 최영도(민변 전 회장), 곽노현(방송대 교수), 최영애(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송두환(민변 회장)
▷국가보안법 관련: 임기란(민가협 상임의장), 서준식(인권운동사랑방 대표), 박석운(노동인권회관 소장)
▷종군위안부 관련: 윤정옥(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탈북 난민 관련: 김상철(북한난민보호유엔청원운동본부 본부장), 조안 리(같은 단체 국제협력위원장), 에리카 강(좋은 벗들), 김하연(북한인권시민연합), 김상현(국제인권자원봉사자)
▶ 해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1993년 유엔총회 결의로 신설되었다. 사무총장 바로 아래 직책으로서 사무총장의 지도 아래 유엔의 인권활동에 대한 원칙적인 책임을 진다. 유엔 인권센터에 대한 전반적인 감독을 수행하면서 모든 정부와의 대화, 국제협력 향상 등 인권을 증진․보호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한다. 메리 로빈슨 여사는 아일랜드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97년 6월 제2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