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논평> 동성애자에 대한 '상식의 폭력'을 멈춰라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는 언제나 '장막 뒤에 가려진 존재'였다. 그들은 실재하지만 보이지 않게 살아왔다. 그러던 중 연예활동을 직업으로 가진 한 동성애자가 자신을 세상에 드러냈다.

"내 커밍아웃은 성(性) 정체성 확립과 같은 거창한 얘기가 아니다. 살면서 기본적인 감정을 억눌러야 했던 심정을 아나. 나의 가장 큰 목적은 자유롭고 인간답게 살려는 것이다"는 말처럼 홍석천 씨는 인간다운 삶을 선택하고자 당당히 동성애자임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그러나 그에게 뒤따른 결과는 '방송출연 취소통보'. 동성애는 사회전체가 합의한 상식 선에서 벗어나고, 동성애자는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너희 동성애자들이 꼭꼭 숨어서 무슨 짓을 해도 상관하지 않겠지만, 세상으로 나오는 것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람은 각기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질 수 있으며, 그러한 성 정체성에 따라 살아가는 것은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기본 전제이다.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겨야 하거나,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인해 사회적 차별을 받게된다면 이는 그에게 실존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저들이 말하는 '일반적인 상식'이란 무엇인가?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한 터부이자 낙인'이 아니던가? 결국 동성애자에게 던져지는 사회적 지탄은 '상식'의 이름을 빈 '폭력'이며, '합의'를 가장한 '파시즘'인 것이다.

홍석천 씨가 자신의 성적 지향을 숨기고 '눈에 잘 띄지 않게' 살았다면 그는 원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홍 씨는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스스로 고난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홍 씨의 진실은 더욱 아름답다. 홍 씨는 자신의 커밍아웃을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그는 이미 성적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상대로 투쟁에 나선 것이며, 우리는 이에 대해 뜨거운 지지를 보낸다.

비단 '동성애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곳곳에 사회적 편견과 차별 아래 놓여 있는 소수자들이 존재한다. 이제 '자신과 다름'을 이유로 소수자들을 배제하고 격리하는 '다수의 폭력'은 중단되어야 한다. 홍석천 씨가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 날을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