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근로자, '인권보장' 미비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권리보장에 크게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노동자의 인권향상을 위해 지난 8월 말 민주당과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허가제'는 계약에 의한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당정은 '외국인근로자 고용 및 관리대책'에서 고용허가제 도입배경으로 △연수생에게 근로제공을 강제하는 현행법의 문제 △연수생에게도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법원판례 누적 △외국인 노동자의 끔찍한 현실이 알려져 더 이상 외국인력을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규정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의 골자는 △계약기간 1년으로 하고 두 번 연장 가능 △중소기업협의회에서 연수업체를 선정하던 것에서 노동부가 고용허가 △노동관계법 적용 △중소기업협의회가 아닌 노동부에서 지도관리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용허가제의 내용이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엔 많은 제약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결성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완전쟁취와 이주․취업의 자유 실현을 위한 투쟁본부'는 "고용허가제가 일보전진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주노동자의 권리보다는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하려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혜진(28) 선전국장은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선택 및 이동의 권한이 없고 △1년마다 재계약을 하며 △고용계약 연장 등을 위한 단체행동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관계법을 인정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노동관계법을 적용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노동부가 '불성실한 외국인 근로자는 고용중지 조치를 통해 언제든지 출국될 수 있기 때문에 집단행동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듯이, 고용허가제는 합법적으로 값싼 노동력을 쓰도록 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유흥․요식업을 대상에서 제외해 불법취업자의 60%가 넘는 중국동포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이어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선택하고, 중간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기업주에 대한 '노예적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산업연수생 제도 철폐는 국내노동자와 동등한 지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근로자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골프장 경기보조원, 고등학생 실습생 등과 이주노동자의 이해는 일치한다"며 이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이주노동자 투쟁본부는 14일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노동․사회단체, 학술단체, 이주노동자 활동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주노동자의 완전한 노동권 쟁취를 위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