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남북 관계에서의 화해와 평화, 남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에 대한 기여와 버마와 동티모르 문제에 대한 보편적 인권의 옹호'를 선정 이유로 밝혔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남북 화해를 위한 노력에 대한 세계의 관심과 박수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하며, 김 대통령 개인의 영광이자 국민적 경사로 여겨지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인권 대통령을 표방한 김 대통령을 평가하는 우리로서는 우려 섞인 당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인권 보장은 위정자가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에 속하는 문제이며, 김 대통령이 내건 인권의 구호는 근사했지만 실질적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는 결코 인색한 평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김 대통령이 이번 수상을 계기로 혹여 '자만'의 선반 위에 산적한 인권 과제들을 방치할 것을 염려한다.
우리가 그 과제들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을 지라도 김 대통령은 잘 알 것이다. 본인이 야당 지도자 시절, 그리고 대통령이 된 후에 줄곧 외쳐온 '약속'들을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국회 문턱에 쌓여있거나 들어가서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안들을 챙겨보길 바란다. 기존의 관료조직과 기득권층의 눈치를 보며 국가인권위 설치나 국가보안법 철폐 문제 등에서 김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에 질식할 대로 질식한 우리의 심정을 헤아리길 바란다. 김 대통령의 어깨를 한층 으쓱하게 해줄 아셈 개최의 뒷그늘에서 하루하루를 고민하고 탄식하는 국민의 생존권 위기를 생각하길 바란다. 집회․시위의 자유, 사상의 자유, 건강을 누릴 권리 등의 기본권이 얼마나 우롱 당하고 있는지를 자성하길 바란다.
혹여 노벨상 수상이 현 정권의 실책과 과제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거두길 바란다. 이번 노벨상 수상이 자족과 자만에 걸리지 않고, 실질적인 인권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2002년 10월 13일
인권운동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