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내 지음/ 우리교육 펴냄/ 2000/ 179쪽
아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어린 학생일 뿐이다. 그러니 어른들 말씀만 잘 들으면 그게 아이들을 위해서 가장 좋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다. 학교폭력, 왕따, 방만한 성문화, 학교붕괴 등 그 숱한 청소년문제의 해결책들도 모두 학교가 더 통제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배경내 씨가 쓴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는 이러한 상식에 도전하는 청소년 인권과 문화에 대한 보고서다. 1년여에 걸쳐 30여 명의 아이들을 심층면접하면서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낸 이 책은 폭력, 일상화된 검열, 자의적인 압수수색, 언어폭력,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체계적 배제 등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학교에서의 일상이 아이들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권위주의와 질서 편집증에 사로잡힌 학교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저당잡힌 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삶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근원적 성찰을 요구한다.
"학교에서 약한 애 괴롭히는 애들 보면, 걔네도 선생님한테 개 맞듯이 맞는 애들이거든요. 자기보다 약한 애들한테 분풀이하는 거죠 뭐. 돌고 도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2학년 승우의 말처럼, 학교의 일상을 인권의 원칙에 맞게 재조직하지 않는 한 폭력과 인권침해의 악순환을 극복할 수 없고 결국 아이들도, 학교도, 우리 사회도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가 내린 결론이다. 교문 앞에 멈춰선 인권이 교문을 넘어 학교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아이들의 삶과 만날 수 있도록 이 책이 하나의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