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이들 학생의 인권의 거부할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따져보자.
일하는 권리, 학생도 당근!
학생이 하는 노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공부하는 청소년’이라는 고정된 틀로 학생을 보는 시각에서 비롯한다. 이런 관점은 학생이라는 신분만을 고려했을 뿐 노동을 선택하는 학생의 욕구와 상황에서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학생이 학습과 노동을 병행하고자 하는 경우, 금지하거나 부정적으로 판단하기보다 학생의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 상황을 살피며, 일의 조건과 학생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조언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이런 부정적 시각이 자칫 학생의 노동을 하찮게 여기는 말과 행동으로 표출돼, 학생에게 상처와 차별로 돌아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학교당국의 몫이다.
하지만 학생 노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넘어선다 해도 그것이 권리라는 인식까지는 그리 쉽지 않다. 지난해 참교육 실천대회에 참여한 전교조 교사 37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대응하겠냐?’는 질문에 37.9%(142명)의 교사가 ‘부모님께 알리고 하는 지를 확인한다.’고 응답했다. ‘임금 등 근로조건을 함께 확인한다.’는 교사도 37.3%(140명)이었지만, 상당수의 교사가 부모가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첫 번째로 꼽는 데에서 볼 수 있듯, 노동권을 학생의 권리로 인정하기엔 인식의 나무는 아직 그 뿌리가 얕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노동인권, 이제 쫌!
설령 학생의 노동을 인정하는 경우라도 노동자로서 보장받아야할 권리에 대한 정보는 학교 당국뿐 아니라 학생 스스로도 충분하지 못하다. 나이 차이를 이유로 한 노동과정에서의 차별, 최저임금을 포함한 노동권의 내용, 그리고 상담과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누구도 학생에게 먼저 알려주지 않고 있다. 심지어 노동현장 실습학생에 대한 교육도 미흡한 형편이다. 전문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실습업체에서 실제 노동과정과 다름없이 일하고 있지만 노동권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얻지 못하며 신분이나 권리 보장도 취약한 상황이다. 그동안 학교당국은 노동의 신성함과 유용함만을 이야기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에 대해서는 침묵하여, 학생들의 노동권 침해를 방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학교당국은 학생이 노동과정에서 경제적 착취나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권리구제를 돕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하나의 섬, 사법절차 과정에 놓인 학생
사법절차에 놓인 학생도 학교당국의 관심과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학생인권침해 사건으로 주목받았던 ‘집회 신고 고등학생에 대한 경찰의 학교방문 조사’ 사건이 보여주듯 경찰과 학교의 인권지수는 아직도 바닥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지난해 5월, 경찰이 집회신고를 낸 고등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에 찾아가 학생면담을 요구했을 때, 학교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수업중인 학생을 불러 경찰과 대면케 했다. ‘고3인데 왜 집회하려고 하냐? 개인자격으로 하는 것이냐, 단체로 하는 것이냐? 누구의 지시로 (단체의)전북 대표가 된 것이냐? 누가 책임자이고 누구의 지시로 한 것이냐?’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질문에도 학교는 경찰을 제지하지 못했다. 애초 학교방문조차 허용할 필요도 없는 사건이라는 인식도, 경찰의 불필요한 질문을 제지할 법적 이해도, 가지고 있지 않은 학교 당국은 학생 인권침해를 방조하고 공조한 셈이다.
이와 같은 학교의 몰지각에는 ‘학생’신분에 대한 편견과 낮은 인권의식이 큰 몫을 한다. 집회신고, 주최, 참여는 경찰의 조사도 받을 수 있다는 학교당국의 시각, 그것이다. 만약 집회주최를 학생의 권리로 생각한다면 집회 신고 학생을 조사하겠다는 경찰에게 학교 당국이 오히려 적법성을 따져 물었어야 한다. 그동안 사법당국의 ‘합법적인 듯 보이는’ 요구와 방문에, 그저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정중히’ 대하는 것이 그간 학교당국이 취한 태도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학교도 권리를 배워야해!
실제 사법절차에 놓인 학생이더라도 학교 당국은 해당 학생에 대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법절차에 놓인 당사자 혹은 관련자로 수사기관이 조사하고 구인을 요청하는 데 있어 학생의 학습권, 프라이버시, 사법절차상 정보 등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학교당국이 지원해야 한다. 학교 당국은 사법기관의 방문과 조사의 필요성을 파악함과 동시에 그 긴급성 여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학습을 중단하고 조사, 구인되어야할 시급한 상황인지 파악하고 최대한의 학습권 보장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구인, 체포 등에 있어서 사법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고 있는지, 또 사법절차에 놓인 학생을 위한 구체적 지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기본이다.
청소년 사건을 조사하거나 수사할 때에는 청소년 당사자의 심정과 상황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학교당국은 이러한 기준과 법규가 충실히 지켜지는지 인권의 눈으로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면 형사사건 관련 학생을 구인할 때, ‘수업을 마쳐야 한다’ 혹은 ‘수업도중에 구인해야 한다’는 규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학생의 학습권, 프라이버시 등이 고려되도록 요구하는 학교의 역할이 필요하다. 수사기관이 학생을 대하는 데 있어 인권 존중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고, 시의 적절한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교 스스로도 학교명예 실추나 기타 징계 사유로 사법절차에 놓인 학생의 권리를 제한·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사법절차에 놓인 학생 신상 정보가 학교당국, 교사와 학생들에 의해 학교 안 밖에 퍼져 이야기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학교가 조직적으로 학생의 정보를 공개하는 일, 교사간의 이야기로 사건 관련 학생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고 확대·유포되는 일, 교육 목적을 이유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수업 중 사건을 전달·유포하는 일 등은 해당학생에 대한 인권침해일 뿐 아니라 향후 학생의 학교복귀를 막는 일이 되기도 한다.
학교당국은 이러한 역할을 다하지 않은 채 학생인권 보장을 말할 수 없다. 학생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학교 안과 밖이 연결되어 있음을 학교 당국은 기억해야 한다.
학생인권 마술피리 열두 번째 소절 : 특별 상황에 놓인 학생②
○ 학교당국은 사법절차에 놓인 학생의 학습권, 프라이버시 등의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학교당국은 사법수사 상태에 있는 학생이 적법한 절차를 누리고, 충분한 정보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학교당국은 학생이 사법수사 대상이라는 이유로 학생에게 불리한 처우나 징계를 해서는 안 되고, 학교복귀 후 학생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관련 정보가 유출·확대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학교당국은 학습과 일을 병행하기로 한 학생의 선택을 존중하고, 인권침해 시 권리 구제 및 노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 학교당국은 전문계고 현장실습에 있어, 학생의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업체선정부터 평가까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 학교당국은 사법수사 상태에 있는 학생이 적법한 절차를 누리고, 충분한 정보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학교당국은 학생이 사법수사 대상이라는 이유로 학생에게 불리한 처우나 징계를 해서는 안 되고, 학교복귀 후 학생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관련 정보가 유출·확대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학교당국은 학습과 일을 병행하기로 한 학생의 선택을 존중하고, 인권침해 시 권리 구제 및 노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 학교당국은 전문계고 현장실습에 있어, 학생의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업체선정부터 평가까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덧붙임
고은채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