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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 끔찍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학교의 자세

[삘릴리~ 학생인권 마술피리] (11) 특별한 상황에 놓인 학생 ①

갈수록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들의 연령은 낮아지고 형태는 더욱 흉악해지고 있다며 교육 현장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가고 있다는 한탄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학교 교문이나 담벼락에 ‘학교폭력 자진신고 및 피해신고’를 알리며 붙어 있는 현수막은 무색하기 짝이 없다. ‘학교폭력’을 근절하자며 정부와 학교에서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야단법석을 치지만 제대로 공 한번 못 맞추고 헛방망이질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번지수 제대로 찾아야

‘학교폭력’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생 사이에 일어나는 폭력만을 떠올리며, 용어 또한 그런 뜻으로 한정해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해석은 학교폭력에 대한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학교폭력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학생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폭력을 부추기는 학교와 교사들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나 군사문화, 입시위주의 교육, 폭력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사회적인 문화까지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지난 10월에 이어 12월 23일에 치러진 일제고사 시행 과정은 교육청과 학교의 구조가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일제고사를 거부하며 현장체험학습을 가겠다는 학생들의 결정을 깡그리 무시하며 ‘결석’으로 처리하고, 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한 교사의 행동은 ‘성실 의무 위반’과 ‘명령 불복종’이라는 죄로 다스리는 것이 폭력이라는 것을 학교가 알 때만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사회와 학교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비가시적인 폭력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학생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폭력만을 떠들어대며 세운 학교의 해결방법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학생들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근절을 알리는 현수막이 언제쯤 제 구실을 할 수 있을까.

▲ 학교폭력 근절을 알리는 현수막이 언제쯤 제 구실을 할 수 있을까.


더욱이 학교가 생활지도나 교육적인 훈육을 내세워 체벌을 정당화 하거나 선도부 등을 이용해 수직적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며 학생들이 폭력을 내면화하거나 폭력의 대행자를 자처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지난 10월 강원도 강릉시 모 고교 2학년인 한 학생이 아침 전체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회장에게 맞아 사망했다.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학교는 상급생들에게 후배교육을 잘 시키라는 얘기를 하면서 선배라는 지위를 이용해 후배들을 응징하는 것을 용인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결국 학생들을 통제한다는 목적을 내세워 학교가 폭력을 용인할 때 이처럼 무섭고도 불행한 결과가 또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학교 ‘명예 지키기’에 폭력피해 학생 돌보기는 뒷전

학교는 폭력 상황이 발생했을 때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와 구제를 위해 충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올해 5월 언론을 통해 알려줬던 대구 집단 성폭행 사건은 6개월 전부터 문제의 진상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해결하기보다는 감추기에 급급했던 학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사건 이후 만들어진 학교폭력 및 성폭행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 사회공동대책위에 따르면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는 해결을 위한 사후대책을 약속하는 듯 했지만 전교생을 상대로 단 한 차례의 성교육을 실시했을 뿐 그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아 사건은 애초 없었던 것인 냥 묻혀 버렸다.

학교는 폭력 피해 학생에게 제대로 된 바람막이가 되어야 하지만 학교의 명예를 이유로 사건을 은폐하면서 오히려 피해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사건의 축소를 위해 가해자와의 화해를 종용해서는 안 된다. 상담과 치료를 위한 비용 등 구체적인 지원뿐 아니라 사과나 보상 등 사건 해결을 위한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이 폭력 피해 학생이 학교생활에서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가해자와 분리하는 등의 조치 또한 뒤따라야 한다. 부득이하게 피해 학생이 학교를 옮기게 될 경우에도 학생 지도를 명목으로 피해 사실을 교사나 학교에 아무렇지 않게 공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편,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가해자나 유형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사건을 다루어야 한다. 폭력을 행사한 학생을 찾아낸다면서 가정형편이나 부모 유무 등에 따라 가난하고, 보호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처벌의 과정에서 불평등이라는 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성폭력피해 학생에 대한 지원 절실

특히 학내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외부로 드러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인식전환을 위해 학교 자체에 성폭력 규정과 별도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는 학생들에 의해 발생하는 성폭력의 경우 단지 10대에 남학생에 의해 이루어지는 ‘성적 호기심’으로만 치부하며 무마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의 문제점을 제대로 바라보고, 여성인권에 대한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0대 학생들 또한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등으로 다수 남성이 다수 여성에게 가하는 성폭력을 배우고 있다. [출처: 교육희망]

▲ 10대 학생들 또한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등으로 다수 남성이 다수 여성에게 가하는 성폭력을 배우고 있다. [출처: 교육희망]


하지만 이런 기대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문제가 터지면 그때만 반짝 등장하는 알맹이 없는 대책으로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아래 교과부)가 발표한 ‘4.15 학교 자율화’ 조치 이후 성폭력 예방 교육마저 사실상 폐지된 상태에서는 더더욱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교과부에 영어교육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이 11명인데 비해 성폭력과 성교육에 관한 업무는 학교 급식과 학생 건강을 담당하는 부서로 편입시켜 학생건강안전과 소속 담당자 1명이 맡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부가 학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지역 공동체를 통해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도 절실하다. 성폭력이 피해자만 겪는 문제이거나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라도 지역 사회 내의 성차별적인 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함께 병행되어야 하며 이때 학교 또한 흔쾌히 지역 공동체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학교폭력 대책은 보여주기일 뿐이고?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교과부가 내온 계획들은 매번 구체적인 생활지침도 없이 재탕 삼탕으로 우려먹기 일쑤다. 그 중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것이 바로 CCTV 설치! 2010년까지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70%에 CCTV를 확대 설치한다는 교과부의 계획에 따라 일선 학교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올해만 서울시가 ·120억 원을 들여 초등학교 주변에 1,500여 대의 CCTV를 설치했다. 게다가 11월 12일 서울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 의회 조규영 의원(민주당)이 지적한 바에 따르더라도 CCTV의 효과는 없다.(경향신문 2008.05.15일자 12면) 결국 학생들의 인권침해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과 학교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예산만 아깝게 낭비하면서 CCTV 업체들의 배만 불린 셈이다.

오히려 학교는 학생, 교사, 직원 등 모든 학교구성원에게 폭력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학교에 CCTV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으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인권교육을 개발 보급하거나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청소년의 또래중재 활성화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반짝 등장하는 폭력 예방교육. 총 차고, 사진 찍고, 강의하고, 잡아들이고… 과연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될까. [출처 : 교육희망]

▲ 학교폭력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반짝 등장하는 폭력 예방교육. 총 차고, 사진 찍고, 강의하고, 잡아들이고… 과연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될까. [출처 : 교육희망]



학생의 삶에 대한 돌봄이 있는 학교

학교는 학습만을 책임지는 곳이 아니다. 학교는 학생이 학교 체제 속에 들어오기 전의 상황과 교실을 떠난 후에 ‘가정, 지역사회, 일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 특히 학생의 삶터가 안전과 존엄성에 위협적임을 인지할 경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학생이 보호자로부터 학대받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 해당 학생의 담임교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학교가 학생을 보호가기 위해 일시보호, 경찰 신고, 전문가 상담, 지원 프로그램 제공 등 구체적인 구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나 지역 공동체와 연계해야 한다. 무의탁 상태나 일시보호시설, 보육시설 등에서 생활하는 학생이 있을 경우에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학교생활에서 구분, 제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생에 대한 ‘지도’라는 명분이 학생에 대한 폭력이나 기타의 굴욕적인 훈육형태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더욱이 감시와 처벌로 학교폭력은 사라지지 않음을, 그리하여 학교의 일상을 인권의 원칙에 맞게 재조직하려는 노력 없이 폭력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음을 학교는 기억해야 한다.

학생인권 마술피리 열한 번째 소절 : <특별한 상황에 놓인 학생 ①>

○ 학교는 학교 내 모든 형태의 폭력을 금지하고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학교는 교육당국과 함께 폭력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와 구제를 위해 충분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 학교는 폭력피해 학생의 학교복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성폭력 피해 학생의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학교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규정이나 해결을 위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 모든 학교 구성원들에게 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 학교가 가정이나 시설 등 학생의 삶터가 안전이나 존엄성에 위협적임을 인지할 경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덧붙임

영원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