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정규직 차별을 없애라"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반대 투쟁에 앞장섰다. 13일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조합은 일방적 계약 해지 철회,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엔 중앙노동위원회의 특별조정위원들조차 직권중재 결정을 내리지 않아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이례적으로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특별조정위는 조정기간이 만료되는 12일 자정까지 조정안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사측이 조정기간 중 부당해고를 자행하고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는 등 귀책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통신은 지난 11월 30일자로 1천명을 계약해지한 데 이어, 12월 30일자로 6천여 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상태다.
◎ <해설>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에 회부하면 노조의 쟁의행위는 모두 불법으로 규정된다. 이에 직권중재는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는 1만여 명으로, 한국통신 각 전화국과 계약을 맺고 선로보수, 유지, 가설, 114 전화안내서비스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동일한 업무를 하고도 계약직이기 때문에 저임금을 감수해야 했는데, 19년 근속한 노동자의 임금이 월 85만 9천 원에 불과할 정도다. 또 1년 내지 3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해 고용불안에 시달려왔다.
더구나 올해엔 아예 계약직을 전원 해고하고 현재 계약직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도급업체에 주려는 구조조정 계획이 가시화 돼 계약직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사측은 해고되도 도급업체를 통해 일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선로가설 일을 하는 나 아무개 씨는 "부산에서 일하던 동료들의 경우, 도급 전환 1달만에 계약해지 당했다"며 사측의 주장이 허구라고 지적한다.
13일 오전 9시 서울 신설동 114전화국 앞에 모인 계약직 노동자들은 파업에 상기된 얼굴들이었다. 성북 전화국 선로과에서 일해온 나 아무개 씨. "6년 동안 일하면서 임금은 고작 85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 그래도 오래 다니면 정규직이 될 거란 희망에 참아왔는데 이젠 12월말로 계약해지통보를 받았다. 파업할 수밖에 없다." 114전화국에서 전화안내 업무를 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 또한 할 말이 많았다. "10월 중순 경 사전 예고도 없이 1백38명을 야간 업무로 전환시켰다.", "12월 말 1백4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기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유미숙 씨는 "나는 아직 계약해지 통보는 받지 않았다. 하지만 2월까지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모두 계약해지, 도급으로 전환될 텐데 이제까지 푸대접 받은 것 풀어야죠."라고 담담히 말했다.
정명태 법규국장은 노조간부 60여 명이 지난 10월 14일 노조 설립 사흘 전 징계 해고된 사실을 밝히며, "우리가 원하는 건 6개월, 1년 짜리 계약이 아닙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하는 것입니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