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아울렛 앞,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200여 일 간의 파업, 그 끝은 있을까.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하나가 되어 진행해온 기나긴 투쟁을 승리로 마감하기 위해 이랜드 노동자들은 단식투쟁을 선택했다.
이랜드 노동조합의 김양수 조직실장, 정선화 씨, 한정철 씨(비정규직 부곡분회)는 10일부터 서울 중계동 아울렛 매장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김양수 조직실장은 "200여일 넘게 계속해 온 파업,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이라며 단식투쟁에 들어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김대중 정부가 인권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비인간적 저임금의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는 우리의 정당한 요구는 외면당한 채 오히려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 사측은 교섭에는 불성실하게 임하면서, 용역깡패들을 동원해 가족들에게까지 언어 폭력을 가했다. 우리 사회는 너무 부당하고 불공평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해냈다.
박성수는 '자유', 노동자는 구속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은 부당노동행위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으나 해외도피로 인해 여전히 구속이 집행되지 않은 반면, 조합원은 10명 구속되고 18명이 수배 중이며 60여 명이 해고되었다. 지난 9일 재판에서는 유상헌 부곡 분회장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강진관 민노총 서울본부 북부지구 협의회 조직부장은 징역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단식투쟁에 앞서 오후 2시, 중계 아울렛 매장 앞에서는 '박성수 구속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1차 결의 대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는 화학섬유연맹,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 데이콤 노조, 멀티데이타시스템 노조, 파견철폐공대위, 대학생 등 300여 명이 참가했다. 부곡분회 구재수 분회장은 "파업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문제는 있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 그리고 파업의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의 요구가 관철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파업기간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며 그들의 열의를 확인시켜 주었다. 집회 후, 단식농성을 하지 않는 이랜드 노조원들은 매장 앞 계단에서 노숙투쟁에 들어갔다.
파업 210일 째, 비정규직 화두로
11일로 파업 210일 째를 맞는 이랜드 노조는 '부당징계 및 해고 철회', '비정규직의 임금을 현행 50만 6천원에서 72만 6천원으로 인상', '불법파견 노동자의 직접 고용', '계약직 노동자의 2년 후 정규직화' 등을 사 측에 요구해왔다. 노조는 기존의 요구안 중 '파업기간 중 임금지급'을 '파업기간 중 50%임금 지급'으로 바꾸고 노조전임자와 관련해서는 '전임자의 수를 6명에서 4명'으로 줄이는 양보안을 내놓았다. 이남신 노조 사무국장은 "양보안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구속을 불사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랜드 성희롱특별위(위원장 박명숙)와 비정규직노동자 기본권보장과 차별철폐를 위한 공대위 등은 11일 오전 안국동 철학까페 '느티나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위원장 백경남)의 '성희롱 판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여성특위는 지난 12월 29일 전원회의를 열어 이랜드 노동자 25명이 제기한 진정에 대해 성희롱으로 판정하고 회사 측에 사과문 발송 등을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