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인 제도를 추방하자
노사간의 첨예한 갈등은 노동자의 권리를 최소화시키려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 지키고자 하는 노조의 대립에서 비롯된다. 노동자의 권리가 자본권력이나 사용자 측에 의해 억압받고 침해당하는 일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노동조합의 굳건히 자기 역할을 다 한다면 희망은 있다. 물론 고용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는 사측의 노무관리 체계에 맞서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다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헌법을 비롯한 법체계는 최소의 권리만을 보장할 뿐인데 그마저도 침해당하기 일쑤다. 그것은 사용자 측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법망을 피하고 헛점을 이용해서 교묘하게 노무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그 한 예로 '추천인 제도'라는 것이 있다.
추천인 제도라 함은 회사에 입사할 때 사내 관리자 급의 추천을 받도록 하는 신원보증의 일종이다. 지난 2월 현대중공업 노조 대의원선거가 치러졌는데 추천인들의 회유와 강압에 못 이겨 대의원 출마자들이 후보를 사퇴하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신원보증이 보증보험으로 대체가 가능해지고 현장통제 필요성이 절실해지자 95년도부터 추천인 제도가 도입, 강화되었는데 신규입사자 결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노조의 각종 선거나 투쟁에 이 제도가 회사측에 의해 요긴하게 쓰였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장조직력 강화를 위한 2001년 주요사업계획의 하나로 추천인 제도철폐를 내걸었다. 비단 이 제도는 현대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거의 모든 회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추천인제도가 철폐되어야하는 이유는 첫째 인간적인 친분관계를 노조통제를 위한 탄압에 이용하는 등 반인륜적 제도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15대 대의원 선거에서 추천인과 추천인 가족을 동원하고 고향의 부모님까지 나서서 후보사퇴를 종용하는 등 인간관계의 황폐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 취업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천인제도는 입사하고자하는 회사에 인간적 관계로 추천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취업의 기회마저 봉쇄 당할 수 있다. 이는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함에 있어서 성별, 신앙,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또는 출신학교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고용정책기본법' 제19조 (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에 위배되는 것이다.
세째 이처럼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제도이기에 철폐되어야 한다.
◎ 최민식 (울산인권운동연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