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눈으로 입에서 입으로 부평에서 자행된 경찰폭력에 대한 경악과 규탄이 번져가고 있다. 피범벅이 돼 도로에 나뒹군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은 처참하기만 하다. 현 정권 하에서 초라하다 못해 위선의 상징이 된 '인권'이 그들의 온몸과 가슴속에서 갈기갈기 찢겨지고 있다. '경찰이 법도 안 지키느냐'는 노동자의 울부짖음 속엔 알량한 법에 걸었던 미련마저 빼앗긴 서러움이 배어있다. 노동자가 노조 사무실을 드나드는데 자신의 피를 통행세로 바쳐야 할 만큼 상황은 갈 데까지 간 지경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찰폭력을 결코 돌발사태로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대검공안부가 이른바 '민생공안' 방침을 세우고 구조조정에 얌전히 응하지 않는 모든 개인과 집단을 대상으로 '철저한 분쇄'를 공언했을 때부터 예상하고도 남음이 있는 일이었다. 김대중 정권의 정책전반에 도사리고 있는 반민중성과 민생공안의 수행도구가 어떤 것이란 걸 이번에 화끈하게 보여줬을 뿐이다.
IMF위기와 함께 들어선 김대중 정권 하에서 생존권의 수난은 일정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그러나 '허리띠 졸라매기'를 넘어 '아예 모든 걸 포기하고 엎드리라'는 요구가 판치고 있다. 경제위기란 것이 장애요소는 될지언정 국민의 기본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근거가 못된다는 걸 김대중 정권은 구분 못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이니 '대외신인도'니 하는 것들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비롯한 국민의 기본권을 협박할 수는 없는 것이며, 탈법적인 공권력을 용인해줄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민생공안의 치부는 이미 드러날 만큼 드러났다. 일해서 먹고사는 이들의 일을 빼앗고, 주장하고 호소할 목소리마저 빼앗으려드는 공권력은 이미 공권력이 아니다. 돈으로 돈을 먹는 소수를 위한 정책을 밀어붙이려 하기에 사회적 합의나 동등한 발언기회는 안중에 없는 것이며, 경찰을 폭력배로 부리는 일밖에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권력을 우리는 독재라 부르는 것이며, 그런 권력의 끝은 좋았던 기억이 없다. 우리의 기억이 틀렸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