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사관 앞 반세계화 집회, G8 해체 요구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벌어졌던 반세계화 시위가 서울 한남동으로 이어졌다. 25일 오후 2시 이탈리아 대사관이 위치한 서울 한남동에서 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아래 국민행동) 소속 활동가 30여 명이 모여, 이탈리아 정부의 살인만행을 규탄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탈리아 경찰당국은 지난 20-22일 제노아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시위대들을 강경진압했으며, 이 과정에서 20일 이탈리아 출신 청년 카를로스 쥴리아니(Carlo Giuliani)에게 총을 발포해 죽였다.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홈페이지(picis.jinbo.net)에는 목격자들의 증언들을 통해 당시의 정황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경찰이 후퇴하자 시위대는 경찰을 쫓아갔고, 한 시위자가 경찰차에 근접하자, 차 안에 있던 경찰이 소총을 꺼내 여러 번 쐈다... 몇 번 쐈는지도 모르겠다... 3-4번...” “피해자는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약 30cm 정도 흐르고 있었다.” “내가 있었던 곳에서 보기에는, 너무나 가까이서 있었고 죽이기 위해 쏜 것 같다.” 한편, 카를로스 이외에 프랑스인이 이탈리아 국경부근에서 죽었고, 또 다른 한 명이 죽은 것 같다는 보고가 전해진다.
집회는 G8 정상회담 반대시위에 참가했던 국민행동 사무국 류미경 씨의 규탄발언으로 시작됐다. 류 씨는 이번 회담의 주요의제였던 ‘제3세계 외채탕감 문제’에 대해 “서방선진국들은 ‘외채를 덜어줄테니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행하라’고 요구했다”며 외채탕감의 기만성을 폭로했다. 또 류 씨는 “전세계 에이즈 환자의 95%가 아프리카 지역의 민중들”인데, “정상회담에서는 이들에 대한 치료보다는 에이즈가 선진국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고발했다.
국민행동은 이탈리아 대사관에 보내는 항의서한에서 “핵․화학․통신 분야의 군병력 1천5백명, 제노아 근처 해안 경비병력 8백명, 지대공 미사일 부대를 비롯한 공중 공격 대비병력 4백명, 경찰병력 2만명의 배치 그리고 길이 9km, 높이 4m의 콘크리트 방벽을 친 통행금지 적색구역 설치” 등 “전쟁을 방불케하는 무장상태가 죽음과 폭력을 예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탈리아 당국은 이번 G8 정상회담에서 빚어진 살인만행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자를 즉각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집회가 끝난 후 국민행동 이종회 사무처장 등은 카를로스 트레짜(Carlo Trezza) 주한 이탈리아 대사를 직접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조건없는 외채탕감'과 '에이즈 치료를 위한 기금조성 및 특허문제 해결'이 민중들의 요구임을 설명했다. 이에 이탈리아 대사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며 기약없는 인내를 요구했고, “이탈리아 청년이 사망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탈리아 정부도 이미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사무처장은 “대사의 답변은 청년의 죽음에 대해서만 유감을 표했다는 것으로, 폭력적인 진압에 대해서는 사과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며, “이는 형식적인 답변일 뿐”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