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철폐를 향한 인류의 행진
“정말 긴 여행이었습니다. 먼 여행을 마친 우린 이 더반에 아직 더 가야할 길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2001 세계인종차별철폐대회 민간단체 포럼 참가자들에게 환영사를 시작했다. 그의 한마디는 인종차별문제가 얼마나 다루기 힘들고 논쟁적인 주제인가를 한마디로 압축해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21세기에 들어선 인류가 한 자리에 모여 ‘새로운 세기, 인종차별이 없는 세계’를 위한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는 순간임이 틀림없었다.
‘민간단체 포럼’ 개막
26일 청년정상회의(Youth Summit)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시작된 세계인종차별철폐대회는 28일 두 번째 공식행사인 민간단체 포럼의 개최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열리는 세계대회인 만큼 세계인종차별철폐대회에 기울여진 세계 각국 민간단체들의 참가열기는 뜨겁다.
28일 현재 8천명 이상이 등록한 민간단체 포럼은 개막 첫날부터 뜨거운 논쟁이 그치지 않았다. 특히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와 인도의 카스트 최하층민인 달리트(Dalit) 문제는 이미 청년 정상회의 때부터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세계인종차별철폐대회 불참 선언을 한 이후여서 민간단체 포럼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고 그것이 정부간 회의에 어떻게 반영될 지 참가자들이나 언론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민간단체 참가자들은 포럼행사장 곳곳에서 “팔레스타인에게 자유를!”, “귀환의 권리를!”이라든가 “유엔은 균형을 지켜라!”, “정치가 아닌 인종주의를 논하자!”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인도 달리트들도 2백여 명의 대규모 참가단이 곳곳에서 북과 같은 악기를 연주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고 있다. 외형적 대립 상황 때문인지 행사장 주변엔 경비 요원 2백여 명이 포럼 참가자들에게 몸수색까지 실시하며 행사장에 통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과도한 경비 체계로 인해 운영위원회는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다른 쟁점에 대해서도 민간단체 포럼이 어떤 선언과 행동계획을 채택할 지 모르나 세계인종차별철폐대회 사무총장이기도 한 메리로빈슨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포럼 환영사에서 “포럼에서 들은 여러 목소리에 대해 각국 정부 정책에 반영하도록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포럼 참가자들은 개막 첫날부터 ‘식민주의, 이주노동자, 난민, 세계화’ 등의 주제를 가지고 원탁회의, 패널토의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신이 속한 세계, 계층, 언어 등 모든 것이 다른 이들이 이토록 세계인종차별철폐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메리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의 다음 한 마디로 설명될 것 같다. “나는 평등한 세상이 우리에게 분명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세계인종차별대회 엔지오포럼은 정부간회의가 시작되는 오는 9월 1일 폐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