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몇몇 서구권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보고서 공개를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일 발간된 '휴먼라이츠피쳐'지에 따르면, 주거권에 관한 특별보고관 밀룬 코타리씨가 제출한 보고서 (E/CN.4/2002/59, Add.1, 2)가 이들의 압력으로 인해 공개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전세계의 주거권 현황에 대한 이 보고서는 원래 지난해에 제출되어야 했으나, 이스라엘 정부가 특별보고관의 입국을 거부해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특별보고관은 이에 항의해 지난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 1월, 밀룬 코타리씨는 팔레스타인 민간단체의 초청을 받아 개인자격으로 이 지역 주거권을 조사해, 이번 인권위 회기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처벌' 혹은 '보복' 목적의 주거지역 파괴, 주민 강제추방, 귀환권 (추방 이후 집으로 다시 돌아올 권리), 거주․이전의 자유 등의 심각한 침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쓰여져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개인자격으로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작성한 보고서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보고서가 공개되선 안된다고 의장단회의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대부분의 유엔인권위 참가자들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중에 비판을 할 수 있겠지만, 원천봉쇄를 하려는 시도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권고등판무관, 이스라엘의 인권침해에 격앙
팔레스타인 수도 라말라에서는 야사 아라파트 의장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과 추방압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네바의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이스라엘 대 팔레스타인의 논쟁이 극심한 상호비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일, 메리 로빈슨 인권고등판무관은 최근 팔레스타인 인권상황에 대한 긴급보고를 제출했다.
이날 고등판무관은 격앙된 목소리로, 최근 이스라엘의 라말라, 베들레햄 등 팔레스타인 웨스트뱅크 지역에 대한 공격으로 발생하고 있는 생존권 침해, 불법구금, 수도․전기 단절, 언론 접근 불허 등의 상황을 조목조목 열거하였다. 특히 국제적십자 등 구호단체와 인권단체들의 활동이 봉쇄당하거나, 심지어 공격당하고 있다고 보고하면서, 발언 직전에 라말라에서 자원봉사 구조활동을 하고 있는 한 아일랜드 소녀와의 전화통화를 인용했다. "나를 포함한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아라파트 의장이 갇혀 있는 이 건물을 끝까지 지키기로 결의했다. 우리는 지금 유엔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를 마치며 "이제 더 이상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양심의 눈으로 이 사태를 보아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유엔인권위 회기 동안 상황보고를 위해 자신을 직접 팔레스타인으로 특파해 줄 것을 제안했다. 메리 로빈슨 인권고등판무관은 이미 2년 전 러시아가 체첸 지역을 공격했을 때도, 인권위원회의 위임을 받아 회기 중에 긴급하게 이 지역을 직접 방문, 인권상황을 보고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보고가 끝난 자리에서 이어진 논쟁은 이번 회기 중 가장 치열했다.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이 고등판무관의 용기와 열정에 경의를 표하는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보고는 완전히 불공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논의 중 시리아 대표는 이번 회기 중 팔레스타인에 대한 긴급특별회의가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서구권의 심각한 반대에 부딪혔다. 한편 팔레스타인 대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고등판무관을 비난하는 것은 자신들이 불공정함을 보여 주는 것일 뿐"이라고 역설해 참가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의장단이 5일 팔레스타인에 관한 긴급특별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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