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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불법시위 전력자는 집회권리도 제한받는다”


“이게 집회방해가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12일 정오 경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선 경찰과 사회단체 활동가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집회장소인 광화문 역 출입구 앞 도로 한 가운데에 경찰 측이 별안간 폴리스라인, 이른바 질서유지선을 쳐놨기 때문이다. 매주 수요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집회에 처음 등장하는 폴리스라인이었다.

폴리스라인을 친 이유는 이날 집회에 파견철폐공대위가 초대한 장애인이동권연대 소속 활동가들 때문이었다. 경찰은 “불법집회 전력이 있다”며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폴리스라인을 친다”고 말했다. 이에 집회 참가자 20여명은 경찰 측에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차도 쪽으로 미뤄 설치했다. 하지만 실랑이를 벌이는 것 때문에 집회 시작 시간이 40여분이나 지연돼 집회 참가자들은 신고 시간인 1시까지 집회를 서둘러 마쳐야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집회를 방해받았다”며 종로경찰서에 가서 책임자 면담을 요구했다. 잠시 후 정보과 과장이라는 사람이 나왔다. 이어지는 문답, “왜 폴리스라인을 설치했습니까?” “집회도 보호하고, 장애인들 집회에 불법 행위가 있었던 적도 있고 해서 이를 막기 위해 설치했다.”

집회에 참가했던 장애인이동권연대 활동가들은 황당했다. “지금 장애인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건가요? 지금 우리를 차별하냐구요?” 경찰관계자는 이 질문에 일관되게 부인했지만 장애인이동권연대 활동가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는 없었다. 파견철폐공대위와 장애인이동권연대회의는 이번 사안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을 분명히 하고 종로경찰서를 나왔다.

현행 집시법은 “집회․시위의 보호와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집시법에는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때에는 주최자 또는 연락책임자에게 이를 고지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도 두고 있다.

장애인들의 이동권이라는 최소한의 생존권적 요구에도 “불법이 있을 수 있다”는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집회를 지연시키고 방해한 경찰. 불법과 합법, 의무조항 준수와 위반에 대한 시시비비를 떠나, 경찰이 ‘사회적 소수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장애인들이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자신들의 요구를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는 날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이동권은 생존권이다!” 오늘 집회에 참석했던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대표의 한 맺힌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