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집총을 거부, 항명죄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39명에게 지난 9월 28일 항소심 선고가 내려졌다. 34명의 피고인에겐 1심과 똑같이 징역 3년이, 나머지 5명에 대해선 가족 중에 같은 죄목으로 복역한 이가 있다는 이유로 6개월이 감형된 징역 2년6월이 선고됐다.
항명죄에 대해 일률적으로 징역 3년을 선고하던 관례가 깨진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군법원 역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 앞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똑같이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자체를 거부한 '민간 피고인'들에겐 군복무가 면제되는 최소한의 형량(징역 1년6월)이 선고됐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군법원의 양형은 여전히 가혹하다. 더불어 이번 재판은 '실정법의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
전과자란 낙인을 감수하며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오로지 '양심'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묻고 싶다. 언제까지 '실정법'만을 탓하며 해마다 수백명의 젊은이들을 '양심수'로 만들 것인가.
물론 우리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에 대한 논의가 충분치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책임은 1차적으로 정부에 있다. 정부는 이미 국제무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공식 인정해 왔다. 한국정부는 1998년, 2000년 잇따라 "사상·양심·종교의 합법적 표현으로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법률과 관행을 재검토한다"는 요지의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E/CN.4/RES/2000/34)에 찬성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병역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과 제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오랫동안 '정치적 양심수의 인권'을 우선시 해 왔던 우리의 '인권관' 역시 다시 성찰해 볼 때다. 종교적 소수자라고, 내놓고 싸우지 않았다고, 그들의 인권이 뒷전으로 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라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체복무제'를 비롯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조차도 그들에겐 너무도 늦은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병영 곳곳에서 '양심수'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1천5백여 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그들을 우리 곁으로 데려와야만 한다.
- 1949호
- 200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