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연재] 60차 유엔 인권위원회 소식 ③

국가안보, 한반도 분단 상황의 특수성... 변명은 이제 그만

유엔 인권위원회(아래 유엔 인권위)가 지난 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의제 항목 10번), 시민·정치적 권리(의제항목 11번)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4주 째 일정에 접어들면서 각 결의안 초안의 내용을 마무리 짓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유엔 인권위 회기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의 민간단체들 역시 국내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여론을 환기시키고 정부의 조속한 제도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송두율 교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등 연대회의 구두발언에 나서

2년마다 한번씩 채택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결의안과 관련하여 지난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유엔 인권위에 참가하고 있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 참가단은 지난 2일 민간단체 구두발언을 통해 송두율 교수 사건을 비롯한 국가보안법 적용의 실태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 집시법 개악 등을 언급하며, 이른바 "국가안보" 및 "한반도 분단 상황의 특수성"을 이유로 표현의 자유 및 사상, 양심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신랄히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또한 유엔 인권위를 비롯한 유엔의 각종 인권관련 기구들이 그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도록 전면 재검토 할 것을 권고해 온 점을 강조하면서 유엔 인권위 위원국이며 주요 국제인권규약 가입국인 한국정부가 국제인권기준을 국내적으로 성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병역거부권 실태 수집·분석부터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국제인권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for Human Rights), 팍스 로마나(Pax Romona), 전쟁저항자인터네셔널(WRI) 등은 지난 5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에 관한 공개간담회를 열어, 한국, 이스라엘 등의 병역거부자 인권문제를 조명하고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역할, 민간단체의 활동 전략 등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의 데이빗 마샬 씨는 2002년 채택된 결의안에 따라 지난 2년 동안 병역거부권 인정 및 대체복무제와 관련한 모범 사례(best practice)를 제출해 줄 것을 각 국 정부에 요청하였으나 그 응답이 매우 적어 보고서 작성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이 모범 사례만을 수집할 것이 아니라 병역거부권과 관련한 각 국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수집, 분석하여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는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간담회에 참석한 레이첼 브렛 씨는 병역거부권의 실제 국내 이행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고 몇 년 째 "모범사례 찾기"에만 머물고 있는 유엔인권위의 논의 수준에 관해 각 정부의 의지 결여,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역할의 한계 등을 꼬집었다.


북한인권결의안, 더욱 강경한 내용으로 채택될 듯

지난해 제59차 회기이후 국내외 안팎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켜온 북한인권결의안이 이번 회기에서는 더욱 강경한 내용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여 관련국들의 정치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번 결의안 초안에서는 지난해의 결의안에 더하여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특별보고관(Country-specific Rapporteur) 임명이 거론되고 있으며 중국으로부터 강제송환된 탈북 임산부들에 대한 강제낙태 및 혼혈 영아 살해, 강제노동문제, 여성 인신매매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북한의 식량권 문제에 주목하며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균형 있는 접근방법을 통해 북한과의 건설적이며 실질적인 대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국내외 민간단체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한인권결의안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측은 결의안의 내용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과 결연함 마저 보이고 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오는 15일 표결을 앞두고 있다.

한편, 지난 2일 국제인권연맹(FIDH)과 팍스로마나(Pax Romana)가 공동주관한 북한인권문제 간담회에 참석한 식량권 특별보고관 쟝 지글러(Jean Zigler) 씨는 식량난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배의 투명성 문제를 직접 방문, 확인하기 위해 북한에 여러차례 입국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북한의 응답이 없는 상태이며 올해에도 북한 방문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2차 정보를 통해서라도 북한의 식량권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제네바 강여경(좋은벗들), 김기연(민변), 정용욱(평화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