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이 부서지는 아프간 민중의 삶
계속되는 미국의 폭격에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삶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1일 미국의 대표적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달 22일 미국이 아프간 남부 ‘초우카르-카레’라는 민간인 마을에 폭격을 가해 많은 사상자를 낸 것에 대해 설명하라고 국방성에 촉구했다. 이날 공습으로 죽은 사람의 숫자는 25명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휴먼라이츠워치는 사망자의 숫자가 훨씬 더 늘어날 거라고 밝혔다. 이 지역은 군사시설과도 거리가 먼 곳이었다.
휴먼라이츠워치가 인터뷰한 사람 중 파편을 맞아 케타 병원에서 치료 중인 20세의 무슈페카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11시쯤이었어요. 처음에, 비행기 한 대가 와서 폭탄을 떨어뜨렸어요. 우리는 집에 폭탄이 떨어져 죽게 될까봐 뛰쳐나왔어요. 좀 있다 몇몇은 다시 안으로 들어갔죠. 저는 현관에 서 있었어요. 동생들 몇 명은 밖에 있었구요. 근데, 비행기가 다시 와서 총을 쏘기 시작했어요. 엄마와 남동생이 총에 맞는 걸 봤어요. 삼촌은 라이트를 끄려고 차로 뛰어갔죠. 그 때 차에 폭탄이 떨어졌어요. 그리고 연거푸 폭격이 계속됐죠.”
지난달 21일 아프간 내 여성단체인 라와(RAWA)는 수도 카불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미국의 공격으로 수도 카불 전역은 거대한 검은 포연으로 뒤덮여 있고, 폭격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그야말로 비탄의 도시다.” 라와에 따르면, 피난민의 행렬이 이곳저곳을 배회하고 전기도 끊긴 상태다. 식료품 가격은 떨어졌지만, 사람들에겐 그마저도 살 돈이 없다. 정부는 식량배급을 4만명에서 2만명으로 줄였다.
라와가 만난 한 여성은 “작년에 탈레반 정권이 우리 마을에 불을 놓아 카불로 이사를 왔는데, 이제는 미국의 폭격으로 허름한 집이 다 부숴졌다. 먹을 것도 없고, 몸을 피할 곳도 없다. 우리는 탈레반도 오사마도 원치 않는다. 근데 대체 우리 잘못이 뭐길래 미국은 우리에게 폭격을 하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라와가 보고서를 쓰고 있던 21일 아침에도, 재개발지역에 큰 폭발이 일어나 한 가족 8명이 죽고 집 세 채가 완전히 파괴되었다.
한편, 대표적인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지난달 26일 성명을 발표해 “미 관리들도 공격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됐음을 인정했으나 언론은 그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