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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고> WTO 뉴라운드 출범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난 11월 9~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4차 WTO 각료회의를 통해 뉴라운드의 출범이 합의되었다.

지속적인 세계경제의 위기상황과 9․11 사건 이후 증폭된 정치 경제적 불안정서를 돌파하기 위해 별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중심부 국가들은 추가적인 무역자유화를 유일한 대안이라 여기며, 이견을 최소화하여 뉴라운드 출범을 성사시키는 데에 힘을 모은 것이다. 이로써, WTO 회원국은 2002년 1월 1일자로 협상을 개시하여 2005년까지 3년간 4차 각료회의 선언문을 통해 합의된 의제와 방향, 방식으로 새로운 무역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하게 된다.

4차 각료회의 선언문의 서문에는 뉴라운드의 혜택을 개도국과 최빈국이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뉴라운드의 공식명칭도 ‘도하개발의제(Doha Developement Agenda)’라고 정하였다. 시애틀에서의 3차 각료회의를 계기로 하여 남반구 국가들과 전세계의 반세계화 운동진영에 의해 제기된 ‘빈곤의 남반구로의 집중’, ‘협상에 있어서의 불평등’ 등의 문제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구로 뉴라운드가 세계 민중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선언문에서는 건강, 안전, 환경 등의 문제를 ‘민중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라고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무역의 원리를 해칠 수 있는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뉴라운드 출범의 목적이 초국적 기업의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모든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드러난다.

농업, 서비스 등 기설정의제(Buit-in Agenda)는 뉴라운드 협상을 통하여 구체적인 양허안까지 확정되게 된다. 농업협정은 ‘수출보조금’ 문제를 둘러싼 EU의 저항으로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으나, 몇 가지 추상적인 문구를 첨가함으로써 타결이 되었다. ‘시장접근의 실질적 개선’, ‘수출보조의 단계적(EU의 주장으로 첨가) 폐지를 목표로 한 감축’, ‘국내보조의 실질적 감축’을 협상의 3대 목표로 하여 5차 각료회의까지 양허안을 제시하고 2005년까지 협상을 종결시키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이는 사실상 농업시장의 전면개방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으로 2004년까지 10년간 24%의 관세 인하와 13.3%의 국내보조금 축소를 약속했던 한국은 감축 폭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2005년 이후부터는 농산물 수입이 더욱 늘어나고, 추곡수매 등 정부의 지원이 불가능하게 된다.

서비스협상 역시, 현재까지 진행된 1차 협상에 이어, 서비스 개방 요구사항을 2002년 6월 30일까지, 양허안을 2003년 3월 31까지 마련하는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교육, 법률, 금융, 통신서비스 등의 개방이 불가피하게 되어, 우리 생활 전반이 초국적 자본의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탈바꿈된다.

한편 규범개정과 관련된 협상에서 수산보조금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라는 항목이 들어가, 한국은 정부의 수산보조금을 감축․폐지하라고 주장해 온미국 등과 앞으로 3년간 협상해야 한다. 협상을 통해 보조금이 줄어들게 되면 국내 수산업계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어, 정부보조금에 상당부분의 생계를 의존해 왔던 영세 어민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된다.

결국 민주주의와 인권, 환경을 파괴하며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초국적 자본의 이윤추구 대상으로 삼고 이들의 고삐를 풀어 무한한 자유를 제공해주는 것이 WTO가 추구하는 가치인 이상, ‘뉴라운드의 출범이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위기상황에 대한 탈출구이며 동시에 남반구 국가들이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허상에 불과하다.

(글쓴이는 투자협정 WTO 반대 국민행동 사무국 류미경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