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만 되어도 승진, 재임용 제외
덕성여대 구재단 이사회가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반인권적 독소조항이 들어있는 교원인사규정을 마련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덕성여대 교수협의회(회장 신상전 교수), 총학생회, 민주동문회 등은 지난 3일 서울 안국동 덕성학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원국 이사장, 박원택 상임이사 등 기존 이사들이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을 겨냥해 교원인사규정을 개악함으로써 양심적인 교수의 승진, 승급을 원천봉쇄하고 임용기간이 만료되면 자동 해직되도록 했다”고 폭로했다.
박 이사장이 임기만료로 퇴임하기 3일전인 지난 10월 22일 ‘졸속으로’ 변경된 교원인사규정에는 ‘형사사건 등으로 기소된 자’나 ‘정치활동 또는 노동운동을 한 자’, ‘학생을 선동하여 집단 행동을 부추기는 행위를 한 자’ 등은 승진, 승급, 재임용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특히, 기소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조항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벗어난 반인권적 조항이다.
이번 교원인사규정으로 가장 먼저 ‘자동 해직’ 위기에 처한 교수는 다름 아닌, 지난 90년 덕성여대 학내분규 과정에서 해직됐다가 지난 99년 복직했던 성낙돈 교수다. 성 교수는 기자회견 당시 인사규정 개악에 대한 항의 표시로 공개 삭발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성 교수 밖에도, 올해 학내 분규 과정에서 학교측에 의해 징계 회부된 교수 11명과 지난 9월 박원택 상임이사 등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기소된 신상전 교수 등 6명은 앞으로 승진․승급이 원천 봉쇄되고 임용기간이 만료되면 자동 해직된다.
이에 교수협의회 신상전 회장은 “박씨 족벌 재단이 학내 분규 과정에서 재단 측에 맞섰던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을 학교에서 몰아내기 위한 보복조치로 이번에 인사규정을 바꾼 것”이라며, “개악 내용은 전면 폐기돼야 하고 박원택, 김기주 등 기존 재단 측 이사들은 즉각 이사회에서 퇴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사회당은 지난 3일 “덕성학원의 교원인사규정 개악은 학원민주화를 위해 투쟁해온 교수들에 대한 보복조처임과 동시에, 덕성학원에서 민주주의를 압살하겠다는 오만한 계획”이라며 이사회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지난 10월 26일 교육부는 정원 7명 중 공석이 된 4명의 이사에 박영숙 전 국회의원, 이석태 변호사 등을 파견했다. 이들 관선이사들은 구 이사장 등이 마련한 인사규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덕성여대 정상화 의지를 시험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