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눈에 우리 사회는 커다란 감옥과도 같다. 곳곳의 계단과 보도의 턱은 장애인에겐 담벼락이다. 올 한해,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담벼락 깨기에 직접 나섰다. 지난 1월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장애인용 리프트 추락 사고로 인한 장애인의 죽음이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탄 채 1호선 철로에 뛰어들고, 버스를 점거하는 등 직접 행동을 감행하며 사회의 뒤늦은 관심을 끌어냈다. 하지만 지하철 편의시설 증설, 저상버스 도입 등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손에 잡히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장애인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정부의 정책과 뿌리깊은 차별적 관행에 있다. 대학의 장애인 입학 거부, 투표소를 2층에 설치해 선거참여를 제한한 일 등은 대표적 사례. 지난해 8월엔 한 뇌성마비 장애인이 기술을 갖고도 장애인이란 이유로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다 비관해 자살한 일도 있다. 올해 11월엔 한 장애인 보건의가 부당하게 승진기회를 박탈당한 일도 세상에 알려졌다. 비장애인의 실업률이 3%대인데 반해 중증장애인을 제외한 장애인의 실업률이 28.4%에 이르는 현실은 차별의 높은 벽을 보여준다.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교육받고 일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인권을 누리기 위해선 끊임없는 행동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